사제의 공간

“격 떨어지게 왜 그러는겨” | 김형근 가브리엘 신부님(목도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6. 7. 5. 10:00

“격 떨어지게 왜 그러는겨”

 

                                                              김형근 가브리엘 신부님(목도 본당 주임)

 

 

“격 떨어지게 왜 그러는겨” 어릴 적 뒤척이다 대충 걸치고 집 밖을 나설 때 많이 들었던 말입 니다. 격. 무척 중요합니다. 사람, 사물의 가치와 인품을 결정하기도 해서 외모나 옷매무새를 잘 갖춰 품격이 떨어져 보이지 않도록 도와주죠. 자신과 상대를 존중하기 위한 기본 예의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라고 하신다면, 꽤 중요한 자리에서 앞 사람의 구멍 난 양말을 보셨다면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면의 ‘격’보다 외면의 ‘격’이 더 중요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적지 않 은 사람들이 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물건을 갖추거나, 소위 상류층의 문화라 부르는 것들을 소 비하는 걸로 ‘격’을 소유할 수 있다고 여기나 봅니다.

 

우리는 그보다 더 상위의 가치. 인격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격과 인격이 만나 서로를 존중하고 단계, 높이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또 알려주는 하느님의 ‘격’을 추구하는 그리스 도인. 우리는 이 사람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상은 신분 사회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공동체만 그런 높낮이의 ‘격’이 없었습니 다. 굳이 ‘격’을 논하지 않고도 양반과 백정이 다리를 펴고 앉았으며, 남녀노소 한 상에서 한솥밥 을 먹는 기적 같은 세상. 그리고 다 같이 사제를 기다리다 기쁘게 맞이하여 하나의 지향으로 봉 헌하는 미사. 사제와 공동체가 서로를 기다리며 애태웠던 세상. 괴상하고 묘한 일이니 담장 너 머로 이웃들도 모였을 테죠. “‘김 아무개. 백정아.’가 아닌 ‘형제’라 부르는 저 사람들은 대체 누 구일까.” 이들의 ‘격’은 그 자체로 선교가 되었을 겁니다.

 

한 사제에게서 서로 존중하는 ‘격’을 체험한 이들에게 이제 ‘목숨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 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이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았습니다. 지식도, 지혜도 없고, 대게 는 글도 쓸 줄 몰랐을 테지만,

 

“우리들을 존중하는 걸 보니 ‘저 양반이 천주님인가 보다.”

 

하느님 나라가 무엇인지 눈으로 본 이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전해 준 ‘격’을 이어받아 생을 던질 수 있었던 이들의 ‘격’이야말로 ‘위격’의 사랑이 아닐까요? 신부님은 이미 시노드를 완 성했습니다. 이런 교회를 지향하며 나를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