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넘치는 사제의 삶”
김영인 사도요한 신부님(칠성성당 주임_육군 제7보병사단 )
육군 칠성 성당에 초임으로 와서 눈 감았다가 뜨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6월 훈련을 마치 고 임관하여 군종신부로서 전후방 군 본당에서 오늘 첫 주일을 보내시는 군종신부님들의 마음에는 설렘이 클지, 걱정되는 마음이 클지 상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 짐 정리도 해야 하고, 여기저기 인사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익 숙지 않은 것이 많아서 굉장히 바쁘게 보냈던 것 같 습니다. 사실 1년이 지나면 여유 있고 능숙하게 사람 들을 만나는 신부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여 전히 밀려드는 부대와 성당 업무들을 골키퍼처럼 막아 내느라 바쁘고, 그렇게 바쁘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한 것 같고, 가성비 넘치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 후회하 면서도, 그 부족한 가운데 하느님 은총이 자리하심을 느낍니다. 작년 이맘때 훈련병으로 만난 친구들이 이젠 상병을 달고 나름 선임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성당의 꼬맹이들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키도 크고 말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청년 간부분들과 매번 아이들을 챙겨오느라 고생하시는 간부 가족들도 미사 때마다 성당 자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니 저 혼자 서는 1년 동안 열매 맺지 못했지만, 그 부족함 속에 하느님 은총으로 칠성 성당의 좋은 신자 분들과 많은 열매들을 맺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인 최초의 신부님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미사 중에 기억합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은 죽을 위기를 다 이겨가며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유학길에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1845년 8월 신부 님이 되어, 1846년 9월 순교하기까지 딱 1년을 사제 로서 지내시다가 하느님 나라로 떠나십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에는 9년 가까이 고생해 놓고 1년 만에 목숨을 잃으니, 이보다 가성비 떨어지는 실 패작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김대건 신부 님을 훌륭한 삶을 사셨던 성인으로 공경합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최초의 한국인 신부님으로 사셨다는 그 사실 하나가, 하느님 보시기에 정말 값진 길을 걸었던 가성(聖)비 넘치는 삶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특별히 전후방 각지에서 고생하시는 군종 신부 님들을 위해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자질구레한 업무 에 다 지나가 버린 하루였더라도, 아무도 없이 혼자 바친 미사였더라도, 군종신부로 살아가고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하느님 보시기에 이미 가성비 넘 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사제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사제로 살아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해 주시고 함께해주시는 하느님 그리고 신자분들께 한국 인 최초의 성직자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 일을 맞아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하느님께 사랑 받기에 존재만으로 가성비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군종교구 신부님들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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