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믿음은 가장 슬픈 날에도 나를 혼자 두지 않았다

松竹/김철이 2026. 3. 19. 17:30

믿음은 가장 슬픈 날에도 나를 혼자 두지 않았다

 

 

신앙은 내 삶에서 늘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 일 없는 평 범한 날보다는,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에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이 남아 있는 기억은 친할머니를 하느님 품으로 떠나 보 내드렸던 날이다.

 

할머니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을 때, 나는 어떤 기도도 제대로 드릴 수 없 었다. ‘왜요?’라는 질문만 마음속에서 반복되었고, 하느님은 그날 따라 유 난히 멀게 느껴졌다.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막상 죽음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할머니 손을 잡고, 숨소리를 세며 그저 함께 있어 드리 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장례를 치르고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던 날, 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의 새로운 만남입니다.”

이 말이 기적처럼 슬픔을 지워주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눈물 속에서도 ‘그래도 하느님은 함 께 계신다’라는 확신이 조용히 자리 잡았다.

 

그 이후로 나는 신앙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신앙은 슬픔을 없애주는 힘이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힘이라는 것을 깨 달았다. 할머니를 잃은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아픔을 혼자 견디 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살게 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만난 공동체 역시 큰 위로가 되었다.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던 순간들 속에서, 나에게 하느님의 위로는 사 람들의 얼굴로 다가왔다. 그 경험은 내가 누군가에게도 그런 위로의 통로 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통해 배운 것도 같다. 신앙은 위대한 말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 곁에 머무는 선택이라는 것. 나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 군가의 아픔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신앙인이 되고 싶어졌다.

 

지금도 나는 흔들린다. 기도가 잘되지 않는 날도 있고, 신앙이 막연하게 느 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장 무너졌던 순간에도 하느님은 나 를 혼자 두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받은 위로는, 이후의 삶 속에서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믿음의 뿌리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비록 완전한 확신이 아니지만, 작지만 진실한 믿음으 로 하루를 살아간다.

 

하느님께서 내 삶의 가장 아픈 순간에도 함께 계셨다는 기억을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