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에서 빛이 보였다
어느 누구든지 살다 보면 어두운 터널은 다 있을 것이다. 컴컴한 터널을 힘들게 달릴 때는 아 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주님께서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모르고, 이것이 삶이구나 생각 하면서 밝은 빛을 따라 달렸다. 그러나 삶을 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 둘은 2 살, 3살인데 어느 날 아픔의 그림자가 나를 괴롭혔다.
둘째 형님이 다니시는 성당에 마음이 평안해질까 싶어 쫓아갔다. 그런데 형님은 가까운 성당으 로 가라고 하시기에 혼자 스스로 성당 문을 두드렸다. 이때부터 내 홀로서기 삶의 시작이었다. 나를 낳아 기르셨던 아버지 앞에서도 울어본 적이 없건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싶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는 순간, 잘 왔다 반겨주시는 느낌이었다.
성가를 한 소절 한 소절 부를 때마다 나의 가슴은 깊이 울리는 징과 같았다. 주님께 신세 한탄 으로 넋두리를 하고 나니 마음은 평안해졌다. 곧바로 예비자 교리반에 입교를 하고, 1985년 주 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를 받았다. 곧이어 아이 둘도 유아세례를 받고, 나의 병은 나아지기는 했 지만, 여전히 왜 나를 괴롭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예수님 옷자락만이라도 나에게 닿고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만 있으면 나을 수 있다는 성경 말씀 따라 기도를 열심히 하고, 주일 미사만 지키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검은 그림자 는 앞을 가로막았다. 한 곳에 살면서 이사를 일곱 번 하고, 지금 정착한 곳이 열 번째 옥련동이 다. 주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에게 고통도 주시면서 큰 은총도 주신다고, 누구든지 십자가는 다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는 밝은 빛을 주실 것을 믿고 빛을 향해 달렸다.
딸은 중학교에 들어가며 신앙도 쉬고 견진 성사도 안 받았다. 그로부터 삼십 년 만에 성당에 갈 거라고 하기에 ‘주님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를 드렸다. 아들도 고등학교 이후 성당을 쉬고 비신 자를 만나 관면혼배를 하지 않고 8년을 살았다. 그러나 나는 며느리에게 성당을 다니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언행을 조심하고 내가 할 도리만 하면서 기다려주고 ‘주님, 당신 얼굴 이 종에게 비추시고 주님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고 늘 기도드렸다.
그러던 중 2년 전, 손녀가 입학을 하고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성당 신자였다. 손녀 친구의 엄 마가 깊은 신앙을 갖고 사신 덕분인지, 그 영향으로 아들 부부는 관면혼배를 받고 같은 해 손 녀 둘이 유아세례도 받았다. 머지않아 며느리도 입교를 하는 놀라운 변화가 우리 가정에 축복 으로 찾아왔다. 작년 성가정 축일에는 아들의 가정이 주님 보시기에도 예쁘게 보이셨는지 ‘성가 정상’을 받았다. 받는 기쁨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상이 무겁게 느껴졌다. 처음 마음먹은 신 앙이 끝까지 성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하고, “용기를 내어라.”라는 성가의 노랫말을 생 각하면서 끊임없이 기도하니 주님께 의탁하는 생활이 익숙해졌다. 며느리는 10개월의 교리를 받 고 성모 승천 대축일에 세례성사를 받아 주님의 자녀로 태어났다. 이렇게 많은 어둠 속에서 헤 매던 나를 주님께서 밝은 빛으로 인도해 주셔서 터널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순간의 시 간은 얼마 안 됐지만, 항상 주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을 이루어 주심을 안다.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늘도 주님께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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