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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제 5시집_향수 중에서

松竹/김철이 2025. 6. 29. 07:39

십이월

 

              松竹 김철이

 

 

노을 진 뒤 널따란 벌판,

허공엔 기러기 날갯짓 몇 점.

추녀 밑 얼기설기

사연 친 거미에게

하늘 가신 피붙이 안부를 묻는다.

 

춥진 않은지

구들장 군불은 잘 들이는지

시린 손 호호 불며

성에 낀 유리창에 엽서를 적는다.

 

매운바람 몇 자락이

묶은 사연을 절절히 풀어 올리니

목화 솜이불 덮던 시절이

단숨에 달려와

시린 앙가슴에 절로 안긴다.

 

홀로 남은 까치밥

잎새 잃은 가지 외로움을 아는 듯

핏빛으로 녹아내리는데

속 모르는 까치 부리로만 겉 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