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 | 20241225 오늘의 말씀성야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KVrUFH3V_JQ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주님 탄생 대축일 밤미사 오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성탄의 밤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하루가 끝나는 시간, 그러나 옛 사람들에게는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는 주님이 우리에게 오셨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미사를 시작합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 성탄의 밤입니다. 어둔 밤 사방을 구분하기 어려운 어두움처럼 누구도 그분의 탄생을 알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주님은 오셨습니다. 그리고 하늘로부터 내려오신 아기 예수님은 별로 표현되지만 그분이 땅에 도달한 모습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한 나라의 임금도 아닌 세상 창조주를 세상이 맞이한 방법은 ‘방치’나 ‘소외’라고 말할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마구간이 집이 되었고 구유가 몸을 뉘일 곳으로 정해졌습니다. 주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높은 우리는 이 마구간을 축복이 내린 장소로 보고 그곳을 마다하지 않으신 하느님의 사랑과 성자의 겸손함을 노래하지만 사실 이 탄생은 세상 아주 보잘 것 없는 사람의 처지에 하느님이 오셨음을 보여주는 현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품을 닮은 포대기에 싸인 아기는 짐승들의 먹이통인 구유에 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이 머무는 곳. 지친 이들이 머물고, 또 먼길 떠나온 이들이 머물 곳이 여관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찾아오신 구세주는 그 사람의 자리를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그분의 탄생이라는 사실만 있을 뿐, 그날이 언제인지 조차 알지 못합니다. 모든 이들의 관심 속에 태어나 이름을 얻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과는 너무나 다른 누구도 이 아이의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었던 주님의 오심은 훗날 주님이 다시 오실 날,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한 백성, 그리고 하느님이 정하신 민족 이스라엘이지만 그 하느님을 그들이 어떻게 대하고 서로를 어떻게 대했는지 첫 성탄은 너무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우리의 모습에 부끄러워하기에 성탄의 의미는 훨씬 깊은 하느님의 사랑을 나타내기에 우리는 온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오신 주님 덕에 우리가 파 놓은 모든 어두움이 사라지는 것으로 시선을 옮겨야 합니다.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마구간에 머물렀던 부모겠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처음으로 탄생에 대해 알게 된 이들은 마구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들판의 목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구세주의 탄생의 표징은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였습니다. 하느님, 구세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의 자리가 아닌 짐승의 먹이가 놓일 곳에 있는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사람이라는 선언이니 이 또한 목자들이 아니면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우리를 찾아오신 하느님은 그곳에서 태어나 생명의 위협 속에 이스라엘 구원의 역사가 시작된 이집트에서 목숨을 연명하고 조심스레 나자렛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수인 아버지를 따라 목수로 자라고 우리의 세상 한 가운데서 사시며 아버지의 뜻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할 때를 기다리며 사셨습니다.
우리의 성탄은 지금 우리가 기념하는 것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 성탄이 하느님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그런 줄 모르시지 않았던 하느님, 그렇게 살면서 늘 하느님의 심판만 하늘 저만큼 멀게 만들었던 사람들 사이에 들어오셔서 심판의 칼 대신 누구나 그 나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번도 닫히지도 잠기지도 않으셨던 하느님을 전해주셨습니다.
세상의 생각은 모두 틀렸고, 그들의 민낯이 드러났으나 그 조차도 수용하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말하는 열악하고 나쁜 상황 속에서 단 한 번도 극복이나 노력이라는 말이 아닌 사랑으로 사람됨의 진실을 보여주셨고 모두를 하늘나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마구간에서 십자가로 우리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이를 마음대로 다루었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삶을 살며 인생의 가치를 알게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발악했던 세상은 십자가로 그의 생명을 끊어보려 했지만 그는 이미 모든 생명을 세상에 남기고 죽었고, 아버지는 그가 영원히 죽지 않음을 확인시키며 세상에 확실한 교과서를 남기셨습니다.
단 한 번 우리가 경험한 이 성탄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리고 우리의 숨소리로 느끼는 하느님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아이가 우리의 모든 상식과 상상,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환상을 모두 무너뜨린 진짜 하느님을 알게 했고, 지금도 함께 하며 우리를 늘 죄에서 끌어내고, 하느님의 생명을 먹게 했으며 하느님의 자녀가 어떻게 살고 배우고 성장하며 하느님을 닮은 사랑을 선택하고 일을 하며 다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모든 인생을 다시 설명해주었습니다. 이것이 세상에 탄생한 하느님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의 내용입니다.
0:00 오늘의 복음
2:18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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