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주님과의 삶의 여정 | 전재완 안드레아 신부님(언양성야고보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10. 17. 11:30

주님과의 삶의 여정

 

                                                                      전재완 안드레아 신부님(언양성야고보성당 주임)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는 점점 아기가 되어간다. 이 제 백 세를 넘어서 두 살이 넘었다. 옆에서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다. 방실 웃을 때는 아기 와 같다. 시골에 내려갔을 때 어느 날 어머니께서 아침 식사를 하시면서 어젯밤에 도둑이 들어와 자신이 끼 고 있는 반지 세 개를 홀딱 빼갔다는 것이다. 정말 어 이없어하신다. 살다 살다 보니 무슨 이런 해괴한 일이 있느냐며 어처구니없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웃었 다. 사실 그 도둑은 어머니를 지금껏 극진히 돌보고 있 는 나의 여동생이다. 어머니를 씻겨도 몸에서 이상한 듯한 냄새가 나는데 가만히 보니 반지 속에 끼여 있는 이물질의 냄새였다. 반지 없어도 믿음 안에서 건강하 고 해맑게 웃고 사시는 어머니의 모습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기를 기도한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엇에 홀려서 사는 것도 아닌데, 늘 무엇인가를 채워야만 행복할 것 같은 마음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통된 분모 가 아닌가 싶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내가 세 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라고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말씀에는 주 님안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평화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리라는 주님의 굳은 약속이다.

 

간혹 신자분 중에는 신앙생활을 그만하고 싶다는 분 도 있고 이참에 떠나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신앙 생활을 그만하겠다는 말이나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은 하느님의 통치를 이참에 벗어나겠다는 말이기도 하 고, 달리 표현하자면 신앙생활이 자신의 삶에서 큰 의 미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삶이 너무나 빡빡하다고 말을 하지만, 하느님을 따르 는 것보다 현실적 필요를 더 중히 여기는 마음이 도사 리고 있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신앙인으로서 경솔한 이러한 삶의 선택은 거대한 고통이라는 소용돌이에 또다시 빠져들게 한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 속에서 또 깨어지고 망가진 고 통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참모습이다. 오랫동안 신 앙생활을 하였음에도 나의 삶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 하려는 눈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 어머니의 표현에 의 하면 어이가 없는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갇혀 어제도 오늘도 그 상 태에 머물러 살아간다면 씻어도 씻어도 냄새가 나는 금반지에 취해 살아가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 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 그분만이 우리들의 삶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