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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성당 주임) | 주일복음 특강 | 은총 때문에 지옥문도 열렸다 I 연중 제6주일 강론 2024.2.11

松竹/김철이 2024. 2. 11. 07:13

[주일복음 특강] 은총 때문에 지옥문도 열렸다 I 연중 제6주일 강론 2024.2.11 I 전삼용 요셉 신부님(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성당 주임) I 천주교/가톨릭/특강/피정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ZPiumrfzmgc

 

 


연중 제6주일 – 은총 때문에 지옥문도 열렸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 환자는 믿음으로 치유를 받습니다. 무슨 믿음일까요? 주님은 자비로우시고 능력자시라는 믿음입니다. 거기다가 하나의 믿음이 더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그런 은총을 청할 ‘자격’이 있다는 믿음입니다.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께 강아지 취급을 당하면서도 강아지도 주인 자녀들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는다며 자신이 은총을 청할 자격이 있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그녀의 믿음을 칭찬하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치유된 나병 환자는 처신을 잘못합니다. 예수님께서 함구령을 내리셨음에도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고 다니십니다. 나병 환자를 치유해주셨다는 소문은 많은 나병 환자들을 불러 모으게 될 것이고 또한 예수님도 부정하게 되셨을 것이기에 비난의 대상도 되실 수 있으십니다. 어쨌든 이러한 불순종은 예수님께서 더는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게 만듭니다. 이 말은 치유를 입은 나병 환자가 오히려 그 받은 은총으로 예수님과 멀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은총은 언제나 은총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는 지옥에 이르는 문이 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거부할 때 지옥이 생깁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저승에 선인과 악인이 함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으로 은총의 피를 흘리신 후 그곳에 남아 있는 이들은 지옥을 살게 됩니다. 천국도 그렇지만 지옥의 문도 예수님께서 주시는 은총 때문에 열립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죽을죄를 뉘우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죽는 것은 곧 영원히 하느님과 헤어져 있겠다고 우리 자신이 자유로이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옥’이라는 말은 이처럼 하느님과 또 복된 이들과 이루는 친교를 결정적으로 ‘스스로 거부한’ 상태를 일컫는다.”(1033항)

 지옥이란 구원의 은총을 스스로 거부한 이들이 가는 곳입니다. 이스카리옷 유다처럼 천국의 은총을 맛보았으면서도 스스로 거부한 이들은 지옥을 체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19살에 177억 복권에 당첨된 마이크 캐롤이란 영국 사람이 있습니다. 이전 그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이혼과 새 아버지의 폭력으로 모든 면에서 비뚤어지는 아이로 성장하였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자존감이 아닌 열등감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열등감은 자격이 없다는 스스로의 믿음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돈을 얻게 되니 자기 열등감을 그것으로 올리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방탕한 생활로 4년 만에 다 탕진하고 청소부와 공장 노동자를 하며 간신히 살아갑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런 삶을 살기는 했지만, 훨씬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돈의 맛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미 받은 모든 것들이 은총입니다. 그 은총에 합당하게 응답하지 못할 때 더 큰 은총은 오히려 더 큰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신화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크레타의 미노스 왕에게 크고 흰 황소를 주었는데, 그 황소는 다시 신에게 제물로 바쳐져야 했습니다. 미노스 왕은 그 황소를 이용해 왕이 되었음에도 신에게 다른 황소를 바쳤습니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그 황소가 왕비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이 사람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미노스는 어쩔 수 없이 미노타우로스를 미로에 가두고 산 사람을 계속 제물로 바쳐야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지옥을 살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은총이 저주가 되지 않게 하려면 그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이미 은총을 받았습니다. 이미 에덴동산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은총에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땅의 소출의 십분의 일은 감사히 주님께 바쳐야 했지만, 바치지 않아 생명나무를 먹지 못하고 쫓겨납니다. 생명나무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아브라함은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멜키체덱에게 바칩니다. 멜키체덱은 아브라함에게 축복해 주기 위해 빵과 포도주를 가져 나왔습니다. 이것이 미사의 상징입니다. 미사는 은총 중의 은총인 생명나무, 곧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미 받은 은총으로 우리 자격이나 높이려 십분의 일도 봉헌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성체성사가 오히려 지옥으로 가는 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축복으로 받은 외아들 이사악까지 감사히 바치려고 했음을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