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松竹 김철이
금일은 동짓날
일 년 삼백육십오일 중
밤이 가장 긴 날
차가운 냉기에 얼어붙은 나날이
생기를 되찾아 봄의 싹이 돋는댔지
아궁이 장작불 성화는
목 빼 심청이 기다리던 되놈 같은데
몸단장하던 새알심
생떼를 부리듯 쟁반 위에 마구 구른다.
눈 뜨게 할 아비도 없는데
공양미 몇 석의 제물인가,
쌀가루 버무려 단장하고
펄펄 끓는 가마솥 팥물 속에 몸을 던지니
하현달도 서럽다.
팥죽 쑤어 집 안팎 뿌려주니
갖은 악귀 쫓겨나고
팥물로 물 든 스무이튿날 밤은
밤새들 울음으로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