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대림, 희망과 성찰의 시간 | 이정현 루카 신부님 (미룡동성당)

松竹/김철이 2023. 11. 29. 10:00

대림, 희망과 성찰의 시간

                                                    이정현 루카 신부님 (미룡동성당)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대림시기입 니다. 대림(待臨)은 사람이 되어 오시는 구세주의 탄 생을 기다리는 희망의 시 간이며, 세상 마지막 날 다시 오실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성찰의 시간입 니다.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들은 ‘빨리빨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성격이 급하거나 기다리기 싫어하는 분 들에게 이 말은 아주 익숙한 표현입니다. 예를 들 면, 카페나 식당에서 주문한 음료나 음식이 빨리 나오기를 바랍니다. 운전할 때 앞차가 천천히 가 면 답답해하다가 경적을 울리며 추월하지요. 모두 가 바쁘다고 외쳐대지만 천천히 인내하고 기다려 야 완성되는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뜸을 들여야 하고,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에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려야 합 니다.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통해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1년 동안 기도문을 외우 고 교리를 배우며 신앙생활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는 반드시 기다림의 시간이 필 요하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맞이하는 마음도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놓고 각자 해야 할 일을 맡겼는 데, 특별히 문지기에게는 집으로 돌아올 때가 언 제일지 모르니 잠들지 말고 깨어 기다리라고 했습 니다. 단순히 눈을 뜨고 있지 말고 배고픈 주인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긴 여행에 지친 주인을 위 해 편안한 잠자리를 봐주는 등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것이지요. 만일 집주인 이 늦게 오려니 생각하며 아무런 준비 없이 게으 름을 피우거나 자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먼 길에서 돌아온 주인은 종에게 화를 내고 당장 쫓아 낼 것입니다. 노아의 홍수 때처럼 아무런 준 비를 하지 않고 있으면 마지막 날이 들이닥쳤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아픔과 후회를 겪게 되겠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둡고, 혼란스럽고, 아프 고, 찌든 삶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메시 아를 기다렸습니다. “이스라엘의 목자시여, 귀를 기울이소서. 광채와 함께 나타나소서. 당신 권능 을 떨치시어 저희를 도우러 오소서.”(시편 80,2-3)라 며 주님의 자비와 구원을 청하며 끊임없이 기도했 지요. 여러분들은 이 세상과 내 마음에 밝은 빛을 비추어 주실 구세주 예수님께서 어서 빨리 오시기 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먼저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 하늘의 가치를 추구하는 신앙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어두운 밤 밝은 등불을 들 고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주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구원의 빛을 희망하도록 고개를 들어 주님의 얼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회개와 보속,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통해 영혼의 맑고 깨 끗함을 간직한다면 그분께서는 하늘을 찢고 내려 오시어 구원의 은총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