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인간의 이야기 | 송태경 바오로 신부님(함평 본당)

하느님과 인간의 이야기

                                              송태경 바오로 신부님(함평 본당)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프란치 스코 교황님은 수많은 인물들, 이스라엘 백성 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 이야기보다 더 높지도, 고 결하지도 않으며, 하느님의 관심은 오늘 우리가 만 들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어갑니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주기마다 만들어가는 이야기 안에는 빛나는 청춘의 이야기 도, 죽음을 향해가는 노년의 소리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 해서도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기쁨과 슬픔, 희망과 실망, 믿음과 배신, 사랑과 미움, 자비, 감사 등 인 생의 끊임없는 작용과 반작용의 반응처럼 이야기 는 계속됩니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일들은 온통 우 연의 연속인 것처럼 보이지만, 섭리라고 불릴만한 많은 일들이 각자의 이야기 안에 있습니다. 그러다 가 자신의 이야기가 끝날 때쯤, 모두는 하느님을 만나러 갑니다.

삶은, 책을 읽다가 지금 읽는 책장을 다 끝내기 도 전에 새로운 책장이 시작되는 것처럼, 다음 단 계를 준비하기도 전에 늘 낯선 곳으로 우리를 데려 다 놓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완벽할 수가 없고 실 수투성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 빚어낸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삶은 경이로워지고,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 소중합니다. 화려했던 20대 피카소 의 그림도,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색맹인 상태로 그린 피카소의 그림도 모두 그 자신의 본심이고, 하느님과 그 자신만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 누 군가의 삶이 다른 이들보다 더 높고 고결하며 가치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늘 변합니다. 깜짝 놀랄 만 한 뉴스도 곧 또 다른 소식으로 잊혀지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세계의 역사 도, 교회의 역사도 그래 왔습니다. 가끔 능력 있는 등장인물 덕분에 빠르게 걸을 때도 있었고, 영웅 같은 존재가 없는 시대에는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사람들은 빨리 걸을 때 환호했고, 천천히 걸을 땐 답답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주인공들 이 아니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걸어왔다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끄 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각과 조급함으로 잠시 길이 엇갈릴 때도 있겠지만, 하느님의 계획과 질서 는 그분의 시간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상 나그넷길 어디에서도 주인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각자 초대받은 존 재일 뿐입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여러분의 이야기 에 귀를 기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