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
김재형 베드로 신부님(영양 본당 주임)
얼추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듯합니다. 매일 새벽 5시면 성당 담 너머로 분주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가지만, 대화의 내용은 지레짐작이 됩니다.
‘시간 다 됐어! 빨리 나가자!’
‘알았어’ 준비 다 끝나가, 일단 먼저 나가...’
지레짐작으로 추측하는 이 대화는 바로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는 이주노동자 형제자매들의 대화입니다. 고요한 새벽 시간 그들의 소리에 잠을 깨며 처음에는 신경도 쓰였지만, 타국에서의 삶 그 자체로 그들이 겪고 있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알기에, 그들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면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내길 바라며 화살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도시건 농촌이건 다양한 목적으로 이주민으로 살 아가는 이웃들을 우리는 쉽게 만나게 됩니다. 특별히 오늘은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로써 자 신의 고국을 떠나 살아가는 모든 이들, 무엇보다 떠 날 자유와 머무를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날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시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율법의 완성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그 사랑의 정신으로 이주민들을 대하며, 무 엇보다 고통 중에 있는 난민들을 위하여 함께 기 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다른 시간에 불린 포도밭의 일꾼들이 똑같은 품삯을 받는 비유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성경해석에 따르면, ‘이른 아침, 아홉 시, 열두 시, 오후 세 시, 다섯 시’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불리움 받은 일꾼들은 하루라는 구원역사 안에서 다른 시대에 태어나 의롭게 산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세 시까지 불리움 받은 일 꾼들은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선택된 민 족들을 상징한다면, 오후 다섯 시에 불린 이들은 ‘다른 민족’ 바로 이민자들을 상징합니다,
밭 임자인 ‘하느님 아버지’는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을 당신의 사랑 안에 머물도록 부르고 계시며, 당신의 사랑을 똑같이 베풀어 주고 계신 것입니다.
외모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다 하더라도 오늘 복음에서 ‘한 데나리온’으로 상징되는 똑같은 은총을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 역시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우리들의 관심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우리 주변의 이주민들에게 우리가 먼저 가까운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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