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벌초

松竹/김철이 2023. 9. 7. 14:02

벌초

 

                          松竹 김철이

 

 

이 빠지고

날 무딘 밀 낫 하나 손에 든 채

부모님 연년이 누워 계신

종중산을 종종걸음 오른다.

 

자주 찾지 못해

송구한 심정 감출 길 없는데

소나무 가지 걸터앉은

산까치 부부 나무라듯 짖더군

 

그 사이

훌쩍 웃자란 머리털

손톱 발톱 말끔히 깎아드리려니

눈물이 봉분을 덮더라

 

부모님 영전 술 한 잔 쳐서 올리고

절 한 자락 넙죽 올리니

이별주에 취한 듯

서산 노을이 금세 불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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