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사랑의 신비 | 송영진 모이세 신부님 (금암성당)

松竹/김철이 2023. 6. 2. 00:52

사랑의 신비

 

                                                송영진 모이세 신부님 (금암성당)

 

 

전에 중병을 앓으면서 사 경을 헤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안타까워하면서 저를 위해 서 기도한 분들이 많이 있었 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사랑 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 고,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항상 수많은 이웃들을 통해서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셨고, 지금도 그렇게 베풀어주신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 다. 이제 그 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이 저에 게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숙제는 이웃들을 통 해서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 이웃들의 사랑에 저의 사랑을 하나로 일치시켜야 한다는 숙 제입니다. 그리고 그 세 사랑의 일치가 삼위일체의 신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음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요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하느 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 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2).” 우리는 하느님을 잘 모릅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더욱더 모릅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그러면서 알 아듣기 힘든 말로 그 신비를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위격, 본성, 본체 같은 용 어들은 그 신비에 다가가는 일을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만 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통해 서 하느님을 느낄 수 있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삼 위일체의 신비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는 방 법도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 다(1요한 4,8).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신앙도 이 론이 아니라 실천이고, 삶입니다. 삼위일체의 신비 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우리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살아야’ 합니다. 아버지의 사 랑과 예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랑이 하나가 되어 서 나를 구원한다는 것을 믿어야 하고, 그 사랑과 이웃의 사랑이 하나가 되어서 나를 살게 한다는 것도 믿어야 합니다. 그것을 믿는다면, 다른 사람 들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옥은 사랑이 없는 곳입니다. 모든 것을 갖추 고 산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그곳은, 또 그 인생 은 지옥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습 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 고 앞으로도 알려 주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 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26).” 아버지의 이 름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사랑 실천을 통해서 하 나가 될 수 있고, 삼위일체의 사랑에 참여할 수 있 습니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온갖 미움, 갈 등, 원한, 분열, 전쟁 등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랑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것처럼 우리 도 기도해야 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이 세상이 이제 그만 전쟁을 멈추고, 서로 원 한을 지우고, 탐욕을 버리고, ‘남 탓’만 하지 말고 모두 하나가 되기를, 그래서 사랑과 평화와 기쁨 만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이 세상이 천국 같은 세상으로 변화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