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숨 쉬고 계시나요? | 채수민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 작전동 본당 보좌)

松竹/김철이 2023. 5. 28. 07:40

숨 쉬고 계시나요?

 

                                           채수민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 작전동 본당 보좌)

 

 

식당에서 식사하던 한 남성이 몸을 가누지 못합니 다. 이내 뒤로 쓰러졌고 식당 안의 손님들은 큰 소리 에 놀라 돌아봤죠. 그러나 모두 당황해 어쩔 줄 몰랐 습니다. 그 순간 식사하던 어느 20대 남녀가 망설임 없이 뛰어옵니다. 여성이 호흡을 확인했고, 남성은 119에 신고했죠. 호흡이 없자 곧바로 심폐 소생술이 이어졌습니다. 가슴을 압박하고 숨을 불어넣었죠. 잠 시 뒤 쓰러진 남성이 몸을 움찔거리더니 숨을 되찾 습니다.

 

‘슈퍼맨 슈퍼걸 오는 줄’이란 제목의 뉴스로 접한 이야기입니다. 언론은 목격자의 이야기를 인용해 제 목을 붙였는데요. 목격자는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하 는데, 남녀가 망설임 없이 뛰어와 슈퍼맨과 슈퍼걸 로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20대 남녀가 숨이 멎은 남 성을 구한 미담이었죠. 이 이야기를 접하자 문득 예 수님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도 갑작스레 숨이 멈췄고 예수님께선 그런 우리를 구하러 오셨거든요.

 

예수님께서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 령을 받아라.”(요한 20,22) 원문에서 ‘성령’은 ‘숨’을 뜻 하는 그리스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즉, 예수님께선 숨을 불어넣으며 그 숨을 받으라고 말씀하신 거죠. 왜, 숨을 불어넣으셨을까요? 숨이 멎었기 때문이죠. 창세기 2장 7절은 전합니다.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 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 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에 불어넣은 숨으로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불신과 불순종으로 그 숨을 잃어버렸죠.

 

숨을 잃어버린 사람은 머지않아 흙의 먼지로 돌 아갈 처지였습니다. 아버지께선 그런 사람을 가엾이 여겨 외아들을 보내주셨죠. 예수님께선 믿음과 순종 에서 비롯한 수난과 죽음으로 사람이 잃어버린 숨을 되찾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숨을 불어넣어 주셨 죠. 사람이 흙의 먼지로 돌아갈 위기에서 벗어나 살길이 열렸습니다. 잃어버린 숨을 받았고 그 숨이 함 께 있거든요. 그저 받은 숨을 쉬기만 하면 되죠. 그 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숨쉬기를 소홀히 할 때가 많았거든요.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에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뒷전으로 미루죠. 기도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사실 내 삶에 기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기도는 내게 주어진 생명의 숨을 쉬는 일이거든요. 그러나 그 사실을 망각해 기 도를 소홀할 때가 많습니다. 제대로 숨 쉬지 않는 거 죠. 숨 쉬지 않으니 서서히 죽어갑니다. 주님께선 죽 어가는 나를 보고만 있을 수가 없으셨죠. 그래서 내 영혼을 압박합니다. 주어진 숨을 지금 당장 쉴 수 있 도록.

 

심폐 소생술은 인공호흡과 가슴 압박으로 이루 어지는데, 우리 구원도 이와 같습니다. 주님께선 이 미 내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셨습니다. 그런데 우 린 자주 내가 받은 숨을 잊고 숨쉬기에 소홀하죠. 그 때 주님께선 수난을 허락하십니다. 그 수난을 통해 내 영혼을 압박하시는 거죠. 내게 주어진 숨을 깨닫 고 숨 쉬며 살 수 있도록. 그러니 내 삶이 너무 고통 스럽다면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숨 쉬고 있 는가. 즉, 기도하고 있는가. 어쩌면 주님께서 숨 쉬 지 않는 나를 살리기 위해 영혼을 압박하고 계실지 도 모르거든요.

 

내가 받은 생명의 숨이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 해 되찾아졌고 불어넣어졌기에, 때론 그 숨을 깨닫 고 숨쉬기를 위해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