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안성준 도미니코 신부님(대전모이세 전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꼰대’라는 말이 자주 사용 되는 걸 목격합니다. 꼰대가 많아진건지.. 자신이 듣 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꼰대화’시키는 것인 지.. 아무튼 개인적으로 저는 ‘꼰대’라는 평을 많이 듣 는 사람입니다.
어감으로도 충분히 부정적인 이 말의 정확한 의미 를 찾아보니 이렇더군요.
1. 은어로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말.
2.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 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
아마도 요즘 사람들이 사용하는 꼰대라는 말은 두 번째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사 실 꼰대라는 평가 안에는 꼰대라고 말하는 이의 꼰대 스러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역시 자신의 사고에 갇혀 타인의 충고 나 의견이 개진될 상황을 ‘꼰대’라는 평으로 거부하며, 서로의 다름에 대해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판단해 버 리니까요. 그리하여 그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요 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남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은 ‘꼰대’라고 평함으로써, 아주 이기적인 자유를 누리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타인을 꼰대화시키는 진정한 ‘꼰 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무 엇을 요구하고, 어떤 평가를 하든 간에, 지켜야 할 가 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신앙적으로 하느님, 하느님 의 뜻이지만, 저는 이 지켜야 할 가치를 본질이라 말 하고 싶습니다. 철학적으로 본질은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입니다. 그래서 ‘그 무엇’이라고 정의되는 본질을 잃어버리면 그 존재 는 더 이상 그 존재가 아니게 됩니다. 그러기에 존재 를 존재답게 만드는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남들 이 꼰대라 말하더라도 꼰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본질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주변이 ‘꼰대’라 부른 다면, 기꺼이 꼰대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곤 끊임없이 자신이 가진 이름의 본질을 성찰 해야 합니다.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녀로서, 신 앙인으로서, 사제로서, 직장인으로서, 하느님은 나를 통해 당신의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실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주사목부 대전모이세는 이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있다 보니, 여러 사람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주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매월 묵묵히 도 움을 주시는 은인들부터 이주민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의 니즈를 충족 시켜주면 많은 부분을 해 줄 것 같은 사람들까지… 이 역에서 영어와 모국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 고마 워하는 이주민부터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모이세의 도 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까지…
저는 오늘도 ‘무엇이 이주민을 위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이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저의 올바른 태도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고민의 답이 내려지기 전까진 아마도 십시일반 도 움을 주시는 대전 모이세의 수많은 은인께 감사드리 며, 주어진 상황에 맞춰 까칠한 꼰대로 살아가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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