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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2022 11 16/ 내 안에서 자라나는 하느님 나라 형성 단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松竹/김철이 2022. 11. 16. 08:02

2022 11 16/ 내 안에서 자라나는 하느님 나라 형성 단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전삼용 요셉 신부님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yBCs0qMNLQM

 

 

 

2022년 다해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 내 안에서 자라나는 하느님 나라 형성 단계

 

오늘 복음은 소위 ‘미나의 비유’입니다. 한 미나는 약 100데나리온의 가치입니다. 그러니까 한 1,000만 원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 비유는 화폐의 단위만 다른 탈렌트의 비유와 일치합니다. 그런데 한 탈렌트는 6,000데나리온으로서 약 6억 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탈렌트의 비유는 다섯, 둘, 한 탈렌트를 주는 것과는 달리 미나의 비유에서는 모든 종에게 동일하게 한 미나씩 맡깁니다. 이는 동일한 구원의 씨와 같습니다. 구원은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그것을 키우는 것에 따라 각자 다른 심판이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한 미나는 그래서 우리 구원을 위해 뿌려주시는 말씀의 씨앗, 성체의 씨앗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늘 복음에는 크게 세 부류의 종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주인이 임금이 되려고 떠나는 것도 탈렌트의 비유와 다릅니다. 첫째 부류는 주인이 임금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백성들입니다. 둘째 부류는 한 미나를 땅에 묻어놓은 종이고, 마지막 부류는 그것으로 주인을 영광스럽게 한 부류입니다. 오직 마지막 세 번째 종들만이 구원에 이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우리 임금이 되어주시는 것에 우리가 감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이 나를 지배하게 됨으로써 나는 자아의 압제, 어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멍에를 메지 않는다면 나는 못된 선장의 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그분이 임금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임금이 되어 돌아온 주인은 그들을 처형하라고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려면 먼저 그분을 임금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에덴동산에서는 이것이 선악과를 봉헌하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야곱은 불콩죽을 에사우에게 봉헌하는 것으로, 또 어머니가 준비한 음식을 이사악에게 봉헌하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아브라함은 십일조를 바치고 심지어 아들을 바치는 것으로 주님이 주님 되심을 표현하였습니다. 이것이 없다면 그분을 임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 내게서 자랄 수 없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신학교에 들어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멈추면 안 됩니다. 한 미나를 땅에 묻어둔 이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한 탈렌트를 받았던 종처럼 주인을 냉혹하고 두려운 분으로 여겼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주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씨앗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키우지 않았습니다. 주인만 좋은 일 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씨앗을 키우기 위해서는 항상 ‘감사’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 감사하지 못하면 어떤 구원의 씨앗도 자라지 않습니다.
많이 말씀드린 이야기지만, 저는 신학교에 들어와 성체를 영하며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는 말로 간신히 못된 종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불만이 가득했을 때는 나의 불만을 채우는 데 급급했지만, 감사가 나오니 그분의 뜻을 따라주고픈 마음이 생겼습니다.
구약의 야곱은 어떻게 했을까요? 자기 불콩죽을 드시고 가죽옷을 내어주어 하느님 나라 상속받게 된 야곱은 이제 그 은혜에 감사하여 에사우가 살았듯이 삽니다. 에사우가 맺어야 하는 열매를 맺습니다. 20년 동안 갖은 고생하며 아내와 자녀들을 데리고 에사우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때 그분이 맺으셨을 법한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분 앞에 나설 수 없게 됩니다.

 

2020년 3월 카자흐스탄 국적 20대 이주노동자가 알리 압바르 씨가 23일, 밤늦게 귀가하다가 자신이 사는 강원도 양양 원룸 건물 2층에서 불이 난 걸 목격했습니다. 곧바로 서툰 한국말로 소리치며 이웃과 함께 입주자 10여 명이 대피하도록 도왔습니다. 이어 불이 난 2층 방에서 50대 여성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안 알리 씨는 망설임 없이 건물 밖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끝내 숨졌고 알리 씨도 등과 목 등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다쳐서 일을 못 하다 보니 치료비는 물론 고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매달 보내던 생활비도 막막해졌습니다. 딱한 사정을 접한 한 이웃이 앞장서 모금한 덕에 지금까지 병원비 700여만 원은 간신히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병원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난 후 당장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현장이 수습되면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이 드러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화마 속에서 손길을 내밀고 있는 생명이 훨씬 더 소중했습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알리 씨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왔고 양양군도 보건복지부에 의상자 청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구조된 이들과 소식을 접한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체류를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했고, 결국 의인상 수상과 함께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영주권을 받을 때 불법체류자로 살던 어려웠던 삶의 기억에 눈물을 흘렸고 이제는 가족과 한국에서 함께 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러한 순서로 이어집니다. 그분이 먼저 당신을 주님으로 인정해 달라고 우리의 것을 조금 요구하십니다. 내가 그것을 드리면 그분은 당신을 내어주십니다. 그러면 그분 안에 거하게 됩니다. 야곱에 베텔에 머물게 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 백성은 하느님 나라 백성을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취급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 미나가 하나의 영혼이라 하면 다른 영혼들도 한 미나로 보입니다. 그래서 다른 영혼을 소중히 여기고 구할 줄 알아야 비로소 영주권을 얻게 됩니다. 만약 야곱이 열매 없이 에사우에게 돌아갔다면 에사우가 받아들여 주었을까요? 그 앞에 나설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내가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합당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