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결탁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어둠은 서로 결탁합니다. 하나의 어두움은 다른 어두움의 뒤를 봐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도 보호를 받게 되니까요. 그래서 어두움은 서로 결탁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끈적한 기름이 다른 끈적함을 만나면 쉽게 들러붙는 것과도 같습니다.
반면 빛은 결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입니다. 빛은 가장 완전한 빛에서 나누어진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빛은 더해져도 같은 빛입니다.
어둠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증오합니다. 어쩔 수 없어서 붙어 있을 뿐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를 밀쳐냅니다. 그리고 어둠의 속성 가운데에는 탐욕이 있어서 어둠은 근본적으로 '나눔'이라는 것을 하지 못합니다. 필요에 의해서 분배할 뿐 진정한 의미의 '나눔'은 알지도 못합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둠은 서로를 증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둠은 빛을 가리는 듯 합니다. 하지만 사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빛 자체는 가려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빛은 태우는 불입니다. 그래서 빛 가까이 다가가는 어둠은 타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빛을 가리는 시늉을 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 '일시적'이라는 뜻이 때로는 한 사람의 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빛은 영원하기에 아무리 긴 시간도 일시적일 뿐입니다. 천년도 지나간 어제와 같은 하느님에게는 어둠이 아무리 오래 장악하고 있어도 결국은 빛이 이기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추상적인 표현을 한다고 해서 어둠이 빛을 공격할 때에 그 공격성이 사그러드는 것은 아닙니다. 어둠의 공격은 실천적입니다. 때로는 생명을 해치기도 하고 때로는 인격을 말살시키려고도 합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어둠은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요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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