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항변
김철이
초가을 어느 날
매미가 여전히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때마침 가을의 노래를 읊어보려고
목소리를 한껏 가다듬고 나무 밑에 자리 잡던 귀뚜라미가
매미를 올려다보며 버럭 화를 냈다.
"야! 매미 넌 염치도 없냐!“
"귀뚜라미 너,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니?"
"생각을 좀 해봐.
온 여름 내내 밤낮없이 울었으면 됐지. 무슨 미련이 남아 가을도 넘보냐?"
귀뚜라미의 말을 듣고 있던 매미가 슬프고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을 널어놓았다.
"넌. 참 생각이 없구나.
십칠 년 동안 모아놓았다 한꺼번에 울려고 해 봐.
그리고 내가 밤에도 자지 않고 우는 건
내 책임이 아니라 가로등을 꺼주지 않은 사람들 책임이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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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