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살아요

매미의 항변

松竹/김철이 2021. 9. 18. 01:20

매미의 항변

 

                                           김철이

 

 

초가을 어느 날

매미가 여전히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때마침 가을의 노래를 읊어보려고

목소리를 한껏 가다듬고 나무 밑에 자리 잡던 귀뚜라미가

매미를 올려다보며 버럭 화를 냈다.

 

"야! 매미 넌 염치도 없냐!“

"귀뚜라미 너,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니?"

"생각을 좀 해봐.

온 여름 내내 밤낮없이 울었으면 됐지. 무슨 미련이 남아 가을도 넘보냐?"

 

귀뚜라미의 말을 듣고 있던 매미가 슬프고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을 널어놓았다.

 

"넌. 참 생각이 없구나.

십칠 년 동안 모아놓았다 한꺼번에 울려고 해 봐.

그리고 내가 밤에도 자지 않고 우는 건

내 책임이 아니라 가로등을 꺼주지 않은 사람들 책임이 아니겠어?"

.

.

.

.

.

.

.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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