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3. 31. 08:15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사순절이 끝나기 하루 전, 주님 수난의 성삼일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피해갈 수 없는 한 인물을 만납니다.

 

유다 이스카리옷. 그는 수석 사제들에게 자신의 스승을 넘기려 합니다. 그리고 그 값을 흥정합니다. 그는 이제 스승을 떠나기로 한 겁니다. 스승을 떠나며 자신의 몫으로 세어 받은 은돈 서른 닢. 

 

예수님을 따라다닌 그 시간에 비해 그가 받아든 몫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그는 구세주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몫이 누군가의 목숨값이 될지 모른 채 그것으로 자신이 떠날 시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예수님도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받으신 세상에서의 몫은 서른 무렵의 나이와 죽음의 십자가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옷마저 빼앗겨 버린 채 십자가에서 생명을 잃어간 이 구세주의 시간이 같은 식탁에서 흘러갑니다. 

 

 

우리의 기억에 유다는 스승을 팔아 넘겨 죽게 한 사람이지만 그 스승의 잘못은 확정되지 못했고 그는 그저 스승을 떠날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수석 사제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는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재미를 잃은 스승을 떠나 자신의 몫을 챙긴다면 모른채 살아가고 말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떠돌이 예언자를 따라다닌 몫을 챙기는 것이면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스승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습니다. 사랑하는 이들 중 당신을 팔아 넘길 이가 있다는 것을 아시는 주님은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는 거듭되는 질문 속에 유다에게도 빵을 적셔 먹게 하십니다. 유다가 받은 몫에는 주님의 생명도 있었던 셈입니다. 

 

주님은 끝까지 사랑하셨고 그를 안타깝게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그의 질문에 그에게 그 답을 돌려주셨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자신을 속인 제자의 질문에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는 주님의 대답은 그 마음을 돌릴 마지막 권유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엇갈린 두 사람의 모습 속에 한 사람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사실에 정신을 뒤늦게 차리고 후회 속 자신의 몫을 세상에 흘려 내어 자신의 무덤값으로 치르고 맙니다. 

 

죽음은 두 사람을 덮쳤지만 그 결과는 달랐습니다. 제자의 슬픈 인생은 스승의 죽음의 몫을 짊어지고 손가락질의 무덤 속에 갇혔고 스승은 당신을 버린 제자들을 찾아 위로의 평화를 돌려주셨습니다. 유다를 기억합니다. 자신만을 생각한 그의 삶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자신을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그를 마지막까지 사랑하시며 기회를 주신 스승을 놓친 그의 실수를 애석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