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예수님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주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왔을 겁니다. 그러나 그 때의 사람들이 모두 한가지 생각으로 주님을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구세주로 믿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주님을 의심하고 고발하려 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에 계시는 예수님은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 하나를 꺼내드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로 알려져 있는 이 비유는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농사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 벌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이야기에서 사소한 오해들이 발생하지만 흙을 대충 긁는 것이 전부인 상태에 씨를 뿌리는 농부는 게으르거나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씨를 땅에 뿌리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고랑을 이루고 일정한 간격에 홈을 파서 씨앗을 심는 것보다 훨씬 경작의 조건이 달라집니다. 말 그대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농사의 효율성도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땅에 모든 것을 맡기는 농사는 하느님과 우리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됩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의 상황과 상태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때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해석에서도 이 이야기의 초점을 하느님, 곧 씨 뿌리는 사람에게 맞추면 농부인 그는 믿음으로 땅에 씨를 뿌리는 것에서 모든 희망이 시작되고 기다림이 시작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씨가 길에 떨어질 지, 좋은 땅에 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농부는 분명 땅에 같은 씨를 뿌리고 그 씨들에 같은 소망을 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는다면 농부의 희망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이 어떤 조건의 땅인지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 겁니다. 모든 땅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의 근본은 땅이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밟아서 씨앗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길은 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에 굳어진 삶의 주인공들이고, 돌밭이나 가시덤불 모두 시련에 약한 고민이 많은 인생들이며 결국 그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딱딱함을 잃지 않은 흙이 씨앗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땅이라는 것이고 농부는 이 땅에 씨앗을 뿌렸습니다.
생각해보면 같은 근본으로 우리는 농부이신 하느님에게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반성보다는 빠른 실천으로 우리가 씨앗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판단보다 소중하고 가능한 구원의 길로 들어서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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