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松竹/김철이 2020. 11. 18. 08:59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GZNE2xLpw74

 

 

지난 주일 우리는 탈렌트의 비유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미나의 비유를 읽습니다. 탈렌트가 능력에 따른 재산의 분할이었다면 미나는 모두에게 균등하게 한 미나씩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능력이 각자의 노력에 따라 결과로 나타납니다. 

 

첫째 종은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또한 둘째 종도 다섯 미나를 벌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주인이 한 미나를 가지고 벌이를 하라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은 그 미나를 수건에 싸서 보관했습니다. 벌이를 하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보다 이 종은 손해를 보았을 때 주인의 성격이 더 무서웠습니다. 수건 속의 미나는 온전히 보존되었으나 그의 결과는 미나와 같지 않았습니다. 

 

한 탈렌트의 종과 같이 이 종도 주인에게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주인이 냉혹한 사람이라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인은 종의 입에서 나온 말로 그에게 판단을 해 줍니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하느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은 이처럼 달라집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삶의 몫에 대해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사랑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제각기 그 몫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만으로도 하느님은 성실함을 인정하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우리의 능력을 시험하는 분으로 여기고 아무런 도움 없이 요구만 하는 모질고 무서운 분으로 아는 이에게는 그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무죄함을 증언한다 하더라도 그가 품은 생각만으로도 그의 멈추어선 모습에 죄를 물으신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그런 분이 자신들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 이 종과 같은 처지에 빠져듭니다. 세상을 살며 사랑하고 그 사랑을 널리 전하며 살아가는 삶을 짐이나 하기 싫은 의무나 책임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에 기쁨이 있을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하느님은 전혀 기다려지지 않는 오히려 무섭고 두렵기까지 한 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났을 때 우리의 무죄함을 주장하며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 종과 같은 증언을 하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인생은 분명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공평한 미나와 같고, 때로 능력에 따라 나누어 주신 탈렌트와도 같습니다. 그 어느 경우라도 우리는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를 믿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에 따라 우리의 삶도 드러난다는 것은 아마 우리 주변의 이웃이 먼저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