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松竹/김철이 2020. 3. 3. 00:31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2천년 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주님의 기도를 듣습니다. 주님이 제자들에게 전해주신 기도문이고 우리의 입에서 가장 자주 외워지는 기도입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기도부터 배웠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기도입니다. 하지만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우리의 모습은 이 기도를 아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님의 기도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주님의 기도를 드리며 그 내용을 하나 하나 묵상하라는 말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말은 주님의 기도를 통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전해주신 기도에 관한 가르침을 알아야 한다는 말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기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말이 있고, 그것으로 이 주님의 기도를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기도하는 법을 궁금해하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십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기도를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에 주님은 입을 닫게 만드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는 말씀 때문입니다. 이미 모든 것을 아시는 아버지 앞에 우리의 기도라는 것이 주님도 모르시는 이야기를 건네는 것일 수 없다는 것이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어떤 분이신지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기도가 이미 모든 것을 아시는 아버지에게 건네는 이야기여야 하고, 그분의 뜻을 찾으며 그분 안에서 하는 고민과 같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이 세상이 흘러간다면 우리의 모든 고민과 어려움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알고 바라고 청하며 그 내용대로 살려고 애를 쓰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이 세상이 하느님의 뜻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과 그런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 세상에 자신도 살기 위한 노력과 간구가 들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우리가 자신을 위해 바라는 것을 끼워넣을 틈이 없습니다. 이기적인 어떤 시도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드리려 할 때 과연 나의 바람과 나의 감사가 하느님의 뜻인지 물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허공에 뿌려질 때 주님의 기도의 내용은 하늘에서 땅으로 뻗어내린 하느님의 뜻과 정의가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곧 나의 기도가 주님의 기도에 비쳐질 때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천천히 바치든, 음을 맞추어 공동체 기도로 바치든, 그 내용을 음미하며 바치든 아니면 빠른 속도로 많이 바치든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이미 다 아신다는 것과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