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폐쇄병동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북 청도에 위치한 청도대남병원. 맨 위층인 폐쇄병동은 22일 자로 코호트 격리된 상태다. ⓒ뉴스민 23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코로나바이러스-19(아래 코로나19) 확진자가 556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 중 높은 비율은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의 정신장애인 집단발병에 의한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556명 중 111명이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의 감염에 의한 것이었고, 그중 3명이 안타깝게도 사망하였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원인분석을 내놓았다. 혹자는 “정신병동 환자들의 집단생활과 개인 위생개념의 미비”를 원인으로 꼽기도 하였고, “경제적 하류층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다인실 사용, 자살이나 자해사고 방지를 위해 개인 간 커튼 등을 설치하지 않아 감염전파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감염 취약지’로서의 정신병동의 문제 및 정신병동 감염관리 및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분명 감염 취약지로서의 정신병동의 관리 필요성은 그동안 주목되지 못해온 시급한 문제이며, 이미 감염된 정신장애-감염인에 대한 최선의 치료 또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폐쇄병동 집단 감염 사건은 우리에게 보다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본 글에서는 폐쇄병동에서의 코로나19 집단 발생에 대해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너무나 다행인, 너무나 절망적인 : 폐쇄병동의 지리학 이번 폐쇄병동 집단 발병 사건에서, 너무나 다행이면서 동시에 절망적인 사실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히 ‘폐쇄병동’의 경계와 집단 발병의 범위가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폐쇄병동과 다른 요양시설 등이 연결되어 있었던 해당 병원의 구조로 인하여, 많은 언론은 폐쇄병동으로부터 다른 병동이나 요양원으로 감염이 확산되기 좋은 환경이라 우려하였다. 한 명의 환자가 1.3~3.9명을 감염시키는 코로나19의 높은 전염력으로 미루어보았을 때1), 감염은 폐쇄병동을 넘어 인접한 요양원, 요양병원 및 지역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 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거의 정확히 폐쇄병동의 경계를 지켰다. 폐쇄병동 정신장애인 102명 중 100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폐쇄병동 직원 9명, 일반병동 환자는 단 2명이었다. 폐쇄병동의 철문 안에서는 98%의 인원이 감염되었지만, 인접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방문자나 가족에게는 퍼져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병원 측이 발표한 것처럼, “한 달간 외출도, 면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과 수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병동과 세상의 경계는 단지 몇 발자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수용인들에게 폐쇄병동과 그 바깥세계는 철저히 분리된 공간이었던 것이다. 오직 ‘그들’ 사이에서만 아주 빠른 속도로 전염병의 전파가 이루어졌다. 같은 세계 내에 살지만 외딴 섬처럼 다른 세계였던 그 집단 속에서, 전염병은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나누는 폐쇄된 문의 경계를 너무나도 정확히 지키며, 그 ‘저쪽 세상’ 속 수용자들의 몸을 빠르게 잠식해갔다. 애초에 ‘이쪽 세상’의 지리학으로 폐쇄병동의 문 너머의 ‘저쪽 세상’을 상상했던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을지 모른다. 개인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공간의 한계가 그 사람의 세계를 그려낸다고 할 때, 수용된 정신장애인에게 세계는 병동으로 제한되며, 맞은편 병동이나 요양원까지의 주관적/체감적 거리는 청도 시내나 서울에 앉아있는 타인과의 거리 만큼이나 먼 것이었을지 모른다. 수용시설 바깥의 개인에게는 너무나 불편한 격리와 수용은 병원 속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일상이었고, 이미 그들은 ‘정상적인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갇힌 존재였다. 너무나 다행스럽게,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절망적이게, 코로나19 한참 이전부터 이미 그들은 세상과 ‘격리’되어 있었다.2) 코로나바이러스-19는 ‘인간(Homo Sapiens)’이라면 무차별적(無差別的)으로 감염시킨다는 점에서 인간 사이의 차별적 경계를 넘어선다. ⓒ픽사베이 코로나19, 오랜 건강불평등의 뒤늦은 발견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신병동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비록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의 집단 발병으로 우리의 눈에 ‘가시화’ 되었을 뿐, 정신병원과 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건강은 단지 ‘감염병’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국립재활원 『장애와 건강 통계』(2018)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평균 사망연령은 57.6세로, 전체 인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자살이나 자해와 같은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정신질환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은 정신장애인 집단에서 비장애집단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3), 이는 폐렴과 같은 감염병부터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도 더욱 취약한 특성을 지니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다. 정신장애인은 질환 자체의 특성으로 자기 증상에 대한 호소가 어렵거나, 자기 몸의 문제와 그 심각성을 알아채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음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수준과 건강문해력(Health literacy)이 낮아 적절한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한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신장애인 건강검진수검률은 비장애 인구의 60%대에 그치는 상황이며4),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 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몸이 아파도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시설 거주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15.3%에 달하는 상황으로, 정신장애인 집단은 건강의 실질적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창궐에 대하여 폐쇄병동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얼마나 정보를 지니고 있었는지도 불투명하다. 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95.2%가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며, 가지고 있는 소수의 경우에도 휴대폰을 갖고 있더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들 중 일부가 처음으로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에, 그들 스스로는 자신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폐쇄병동 바깥세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혹시 자신이 흰색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이고 나서야 이것이 코로나19이며, 자신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아닐까. ‘치료적 목적’으로 휴대폰 사용과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제한했었다면, 그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병원과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이처럼 폐쇄병동이라는 특수한 경계의 이쪽과 저쪽에서는 개인에게 주어진 공간적 상상력의 한계부터 평균수명까지,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인간의 권리가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폐쇄병동 안과 바깥은 인간A와 인간B처럼, 전혀 다른 종(species)으로 암암리에 받아들여지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Homo Sapiens)’이라는 종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차별 없이’ 공격하는 코로나19 앞에서, 두 세계 사이의 이질적 단절이 깨졌고, 폐쇄병동의 문이 열렸다.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인간B’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1명의 감염인’으로 존재할 때에서야, 혹은 동등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숙주가 되어 인간A에 대한 위협이 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인간A의 관심을 얻고 인간으로 호명되었다. 무차별적(無差別的) 바이러스에 의해 열린 폐쇄병동의 문 앞에서, 연결되어버린 이질적 두 세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폐쇄된 경계를 어떻게 다르게 사유하고 결단할 수 있을 것인가. 정신과 폐쇄병동에서의 코로나19 집단발생 사건이 우리에게 묻는, 감추어진 질문들이다. * * * 1) Li, Q., Guan, X., Wu, P., Wang, X., Zhou, L., Tong, Y., ... & Xing, X. (2020). Early transmission dynamics in Wuhan, China, of novel coronavirus–infected pneumoni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 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거주한 기간은 20년 이상(1997년 이전 입소)이 36.2%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20년 미만(1998년~2007년 입소)이 29.2%, 그다음으로 5년 미만(2013년~2017년 입소) 20.1%, 5년 이상~10년 미만(2008년~2012년 입소) 14.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10년 이상인 경우가 6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Laursen, T. M., Munk-Olsen, T., & Vestergaard, M. (2012). Life expectancy and cardiovascular mortality in persons with schizophrenia. Current opinion in psychiatry, 25(2), 83~88. 해외의 사례보다 한국에서의 발생률 차이는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 4)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2019), NMHC 정신건강동향 vol.11 유기훈 _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 공학, 인류학, 의학 등을 떠돌다가 노들장애인야학에 입성하였다. 야학과 병원의 언저리에 머물며, 억압하는 의학이 아닌 위로하는 의학을 꿈꾸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 바로 앞에 사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며 산다. |
* 이 글은 비마이너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