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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고 설요한 죽음’에 장관 면담 촉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긴급 점거

松竹/김철이 2020. 1. 2. 18:15
장애인들, ‘고 설요한 죽음’에 장관 면담 촉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긴급 점거
전장연 소속 활동가 20여 명, 1월 1일 오후 4시경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기습 점거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 일자리 마련은 정부의 의무” 대책 마련 촉구
등록일 [ 2020년01월02일 15시22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일, 오전 11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갑 노동부장관의 사과와 중증장애인 일자리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일하다 격무로 사망한 고 설요한 씨의 죽음에 장애인들이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며 1월 1일 오후 4시경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노동부장관의 사과와 중증장애인 권리 보장 중심의 일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일, 오전 11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갑 노동부장관의 사과와 중증장애인 일자리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전장연은 고 설요한 씨의 죽음 이후 12월 1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나라키움저동빌딩에 분향소를 차렸다. 같은 날 전장연은 고용노동부 통합고용국·장애인고용국과의 면담에서 이재갑 노동부장관의 공개 사과와 장관 면담을 요구한 바 있다. 조현수 전장연 활동가는 “설요한 동지의 죽음은 명백한 제도에 의한 타살이다”며 “이러한 제도적 타살을 지적하며 지난해 12월 24일까지 노동부장관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어 점거 농성을 단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일하다 격무로 사망한 고 설요한 씨의 죽음에 장애인들이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며 1월 1일 오후 4시경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기습 점거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는 죽음의 컨베이어벨트였다”며 “생산성과 실적 중심의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설 동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성토했다. 또한 “그러한 실적 중심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함께 논의한 사람으로서,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희망을 걸었던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노동’은 모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은 그 권리와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사람들로 치부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권리 중심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에서는 중증장애인을 비경제활동 인구라고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는 일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기초생활수급이나 장애인연금 등 어떠한 사회적 안전망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서, 장애인은 비경제활동 인구라며 실업 통계에도 포함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수용시설로 떼거지로 몰아넣고 사랑이라고, 복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격리 시키고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 그 핵심에는 일자리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는 바꿔야겠습니다.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일 시키는 그런 일자리 말고, 제대로 된 권리 중심의 일자리 1만 개를 요구합니다. 설요한 동지의 죽음을 사과하는 의미로 반드시 중증장애인 기준에 맞춰진 권리중심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마땅한 의무입니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전면 개편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에 대한 공공일자리 직무 인정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 제도 전면 개편 △최저임금법 제7조 폐지에 대한 정부 계획 △고용노동부 중증장애인 일자리 예산 확대 등을 담은 요구안을 바탕으로 이날 오후 4시 노동부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고 설요한(25세, 뇌병변장애) 씨는 2019년 4월부터 시작한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해 동료지원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을 한 달에 4명씩 5회, 1년에 48명의 취업을 지원해야 했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설 씨는 중증장애인 40명을 발굴해 개별 상담을 하고 자조모임을 결성해 지원했다. 그러다 12월 10일에 예정되었던 사업 점검을 앞두고 과도한 업무와 실적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12월 5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자회견 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로비에 집결한 장애인 활동가들. 사진 허현덕



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출처:비마이너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