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松竹/김철이
늦가을 따사로운 햇살은 은혜로이 내리는데
갈 길 바쁜 한 자락 바람은
제 에비 등짝에 억지라도 부리듯이
슬픈 낙엽 쓸어안고
온 강변을 구르더라
엇갈리는 인생들 걸음마다
갖은 애환 다 묻어나도
하늘은 본 채 만 채 고개 돌려 외면하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종종걸음 깃털 세운 비둘기 가슴에 쟁여둔다.
어디서 왔을까
세상 떠난 영아의 넋인 양
제 어미 품속에 생떼라도 쓰듯이
가을 물이 들어갈 나뭇가지 잎사귀마다 쉴 새 없이 파고들어
노략질 일 삼누나
오염된 강물 위를 더없이 좋은 둥지 삼아
한가로운 아침나절
물질하는 청둥오리 헤엄마다 가로질러 방해하더니
어느 사이 뛰어올라
연줄 없는 연을 날리듯 허공에 마른 잎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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