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옛노래

松竹/김철이 2015. 6. 24. 14:05

옛노래

 추석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선 탓인지 새벽녘 꿈길에서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을 만나뵈어 한편으론 반갑고 또 다른 한편으론 괜히 울적하면서도 아내에겐 내색하지 않고 있었는데 저녁이 다 되어 컴퓨터 작업을 하던 아내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구수하고 애수에 젖은 옛노래 메들리를 크게 틀어놓았다.

 속으로 '어,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하면서도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관리를 하고 컴퓨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수한 옛노래들을 지독한 음치이지만 따라서 불러보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치며 장단도 맞추어 봤으나,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노랫가락이 흐를수록 아버님이 젊은 시절 어린 나를 넓적한 무릎 위에 앉혀놓으시곤 애창하며 즐겨 부르시던 노래와 어머님이 힘겨운 삶의 시름을 잊으려 조용한 콧노래로 병들고 어린 나의 마음을 달래어 주시던 애수에 찬 노래들이 내 심정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내 비록 작가로서 시인으로 대성은 못 하였지만, 오늘날 내가 글을 사랑하며 글을 쓰게 된 큰 동기가 예술 방면에 뛰어난 재질을 지니고 계셨던 부모님의 영향이 아주 크게 작용했다는 생각이다. 잊으려 해도 쉬 잊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정이라 나 역시 부모님에 대한 정과 숱한 사연들을 쉬 잊으려 해도 쉽사리 잊을 수 없고 특히 매년 두 번씩은 더욱 애잔하게 부모님의 정이 그리워질 것이지만, 얼마 전과는 달리 부모님에 대한 정과 그리움을 애써 잊으려 노력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흘러간 옛노래가 영원히 내 주위를 맴돌아 흐를 것이고 내 부모님 역시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계시기에내가 지금부터 얼마나 더 이 땅에 머물지 모르는 일이지만 내 부모님께서 반백 년 동안 내게 주셨던 그 지극한 사랑의 감정을 소중히 가슴에 새겨 내 주위에 머물다 갈 모든 이에게 나누어 주고 먼 훗날 부모님을 만나뵐 적에 당신들의 지극한 사랑을 흉내 내려 했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하고 감히 여쭈어 볼 참이다. 일제강점기에 나라의 말과 노래를 잃고 외로워 마음 둘 곳 없던 그 시절 나라의 독립을 그리워하며 남녀노소가 부르던 애환 깊은 그 노래는 아니고 또한 삼천리금수강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동족의 가슴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부모, 형제들 가슴에 총칼을 겨누며 온 옥토 안을 온통 통곡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6, 25동란의 시대에 혈육을 찾는 마음아픈 가사의 노래도 아니며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독립된 지 이미 오래된 조국에서 몰래 숨에 부르던 그 노래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한 노래가 지어지고 사라지겠으나 내 가슴속엔 지금도 어릴 적 내 부모님 불러주셨던 그 옛노래가 가슴속 혈관을 타고 흐른다.


기쁠 때면 기쁜 마음으로 슬플 때면 슬픈 감정으로 철부지 날 등에 업은 채 흥얼거렸고 어려운 세상사 잠시 접어두고 벗들과 탁주 한잔 얼큰하게 마시고 퇴근길에 곡조도 제대로 맞지 않은 노래를 중얼거렸던 그 옛노래가 퇴색해지는 내 영혼 속을 메아리 친다.
 박봉의 월급쟁이의 아내로 힘겨운 살림살이에 삼 남매 뒷바라지에 게다가 단 한 순간도 한눈을 팔지 않고 보살펴야 할 둘째 아들 탓에 눈물 마를 날 없었던 그 시절 내 어머니 날 품에 안고 눈물 먹은 음성으로 조용히 불러보시던 애달픈 그 옛노래가 그 시절 내 어머니보다 더 늙어버린 내 육신 속 혈관을 타고 곡조도 가사도 분명치 않은 한 곡 노래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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