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처녀
松竹/김철이
산 계곡 잔설은 녹기가 싫은데
계곡마다 여울져 내리는
정체 모를 이의 휘파람 소리
눈 씻고 바라보니
어느새 진달래 붉은 산불이 붙는다
꽃샘바람 심통은 영 잠들기 싫으나
혹한의 사슬에서 풀려난 윗물
얼마나 좋은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아래로 달리는데
종달새 날갯짓 아스라이 차고 오른다
엄동설한 겨우살이 상상조차 하기 싫어
비탈길 아래로 기는 씀바귀
동장군 칼바람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걸음마다 녹색 피가 절로 묻어나고
통곡하는 개구리울음 천지가 진동한다
소슬바람에 묻어나는 시절의 향기
아랫뜰 온 마을 들쑥날쑥
마실 나온 봄 처녀 엉덩이춤 덩달아서 실룩샐룩
민망한 아지랑이
보일 듯 말듯 허공 속에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