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草宴)
松竹/김철이
곡우(穀雨)는
한가한 농부들 손목잡아 논으로 가고
겨우내
부엌바닥 편히 누워 쉬던 부짓깽이
농심의 손길로
미리 놋날을 엮게 하니
못줄을 잡아주던 날 비는
잰걸음 가늘게 내리는데
윗마을 복순 아비
아랫마을 삼돌 어미
분신 같은 호미 씻어 곳간에 걸고
제 닮은 곡괭이 뒷전으로 미뤄두고
칠월의 돗자리 거칠게 펼쳐
남녀칠세부동석 속설도 무색하게
남녀노소 한자리
논매기 만물 끝낸 기념일을
화전 부쳐 지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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