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에 또 다른 저를 알게 하소서
- 김철이/비안네 -
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제 귀에 들리지 않아도
제안에 먹물 빛 검은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저를 알게 하소서.
때로는 순한 양처럼,
때로는 악한 뱀처럼,
세 치 혀를 마구 놀려 당신 성심을 아프게 하는
종이쪽처럼 얇디얇은
제 양심을 돌이켜 보게 하소서.
한때에는 무쇠도 녹여내리는 용광로 불꽃처럼 불타오르다
또 한때에는
삼복더위도 삼켜버릴 듯한 차디찬 냉혈동물로 돌아서는
제 비열한 영혼을 돌아다 보게 하소서.
말로는
헐벗고 굶주리는 이의 곁으로 향하건만
행위는
부귀와 영화를 찾아 사막을 찾아 헤매는
제 야비한 육신을 돌아다 보게 하소서.
거룩하신
임의 성심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