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군종]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는 삶

松竹/김철이 2011. 8. 27. 12:48

[군종]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는 삶/연중 제22주일(김홍석 신부)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연중 제22주일입니다. 아직 날씨는 덥지만 왜 그런지 저는 8월이 끝나면 마치 여름이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왠지 8월하면 여름, 9월하면 가을 같은 기분! 그러니 이제 풍요의 계절 가을이 올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 무더위의 막바지를 기쁘게 살아 줍시다. 우리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은 이제부터 시작될 가을이 알려 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만을 놓고 보면 예수님이 너무 하신다거나 예수님의 공동체가 뭔가 위기에 처하게 된 듯한 느낌을 받지만 사실 오늘 복음은 지난주 복음과 연결해서 보아야 그 진실이 보입니다. 지난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셨고, 베드로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대답에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시고,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얼마나 기특하면 그리 하셨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시간으로 보면 딱 1주일이 지난 오늘, 그리고 성경의 시간으로 보면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긴 직후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가리켜 사탄이라고 부르시고, 걸림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험을 쳤는데 나는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답을 적었지만 답안지를 보고 채점을 하면 내가 쓴 답이 오답이었을 때, 우리는 가끔 정답이 잘못 인쇄된 것이라고 믿고 싶거나 혹은 출제자가 문제를 잘못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시험 같으면 답안지를 들고 선생님께 따지러 가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쓴 답까지 정답으로 간주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던 경험, 여러분은 없으신가요? ‘그리스도’는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의미로 메시아와 같은 말입니다. 기름 부음을 받는 자는 ‘왕’과 ‘예언자’ 그리고 ‘사제’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인 구약성경을 바라봤을 때 하느님의 뜻대로 살았던 왕과 예언자와 사제들은 언제나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 정답을 밝히셨는데 베드로는 예수님을 꼭 붙들고 자신의 답을 정답으로 해달라고 반박하면서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베드로는 주님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었고 주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 인간적인 마음 때문에 예수님께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부정하고 싶었던 베드로의 마음의 눈이 가려져 주님의 부활까지도 부정하게 된 것입니다. 매정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라는 예수님의 질타. 방금 전까지 ‘반석’이었던 베드로가, ‘머릿돌’이던 베드로가 ‘걸림돌’되어 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반석이라 부른 이유는 베드로가 한 고백이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주셨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의 베드로는 살과 피로 사람의 일을 먼저 생각하고 있기에 ‘걸림돌’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느냐, 사람의 일을 먼저 생각하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의 사람이 되느냐, 사탄이 되느냐, 예수님을 위한 반석이 되느냐, 예수님의 길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순간순간에 주어진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지 귀 기울이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나와 함께 모든 이가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