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안동]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松竹/김철이 2011. 8. 27. 12:40

[안동]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연중 제22주일(김상진 신부)

 

 

지난 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베드로의 멋진 신앙고백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최상의 칭찬과 함께 더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사명과 권한을 주십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에게 일러주신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베드로가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으로부터 충격적인 꾸중을 듣게 됩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신 후 예수님께서는 머지않아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 예고하십니다. 사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놀라운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죽다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예고는 그 당시 모든 유다인들이 마음에 간직하고 있던 ‘승리자 메시아’에 대한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반대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보시며 크게 꾸짖으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

‘사탄’이라는 말은 ‘방해꾼, 방해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갈 길을 가로막고, 인간적인 생각에 얽매여 하느님의 일과 하느님의 뜻을 방해했기에 예수님으로부터 ‘사탄’으로 불린 것입니다.
인간적인 생각만 하는 베드로를 질책하신 다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세주로서 영광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을 택하십니다. 십자가는 내 뜻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고통과 아픔 그리고 죽음의 길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오직 이 길을 통해서만 부활의 영광에 이르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도 당신과 같은 길, 곧 십자가의 길을 걷도록 요구하십니다. 바로 당신과 같이 십자가의 길을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를 요구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자기 일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앞서 가시는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우리도 베드로처럼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삶 안에는 시련도 고통도 없어야 하며 항상 기쁨과 행복, 건강과 풍요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시련과 고통을 당할 때 곧잘 베드로와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원망하고 때로는 하느님께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십자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십자가는 어리석게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해 부활로 나아가심으로써 우리에게 십자가만이 생명을 얻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주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천주교 강구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