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성경 속 상징 34- 잠(수면)- 영적이고 육체적 건강의 증거

松竹/김철이 2011. 7. 9. 09:24

성경 속 상징 34- 잠(수면)- 영적이고 육체적 건강의 증거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꿈속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은 경우가 흔치않게 있다.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 과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도 그런 경우라고 한다. 어느 날 꿈 속에서 원소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불후의 팝 명곡이라 불리는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는 5분 만에 작곡된 곡이라고 해서 더 유명하다. 그런데 이 곡은 폴 메카트니가 꿈 속에서 들었던 선율이라고 한다.
 고민거리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때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곤 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잠을 푹 자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숙면을 취하는 동안 기억이 정리되고 영구화되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에 새로운 통찰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잠을 통해 뇌와 신체의 모든 기능을 멈추고 쉬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도 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잠과 꿈은 무척 신비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성경에는 잠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창세기에서 잠은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것이라고 묘사한다.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게 하시어 그를 잠들게 하신 다음,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셨다"(창세 2,21).
 잠은 꿈과 환시를 경험하게 한다. 성경에는 야곱이나 요셉, 그리고 다니엘 예언자, 베드로 사도 등 꿈을 꾸거나 환시를 봤던 인물이 많다.
 아브람의 손자 야곱은 그의 쌍둥이 형인 에사우의 보복을 피해 도망가던 도중에 베텔에서 밤을 지내게 됐다. 야곱은 이곳에서 꿈에 하느님을 뵙고 축복을 받았다(창세 28,10-19). 야곱의 아들 요셉은 자신이 꾼 꿈을 형들에게 말했는데 그 때문에 형들은 그를 더 미워하게 되고, 이집트로 팔려가게 된다(창세 37장). 이집트에서 요셉은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꿈풀이를 하게 됐다. 제빵 시종장의 경우처럼 모든 꿈들이 길몽은 아니다(창세 40,16-23).
 열 처녀 비유처럼 잠이 들었다가 신랑을 맞이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마태 25,1-13). 긴 설교 중에 창문에서 떨어져 죽기도 했다(사도 20,9). 지나치게 오래 자는 것은 게으른 습관으로 가난을 불러올 수가 있다. "게으르면 깊은 잠에만 빠지고 나태하면 배를 곯는다"(잠언 19,15). 사악한 자들은 악을 저지르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고 남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잠을 설친다(잠언 4,16). 이처럼 성경에서 잠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한편 깊은 잠은 의인들에게는 달콤한 것이다. 의인들은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시고 잠들지도 않으신다"(시편 212,4)는 사실을 알기에 평화롭게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신약에서 예수님께서 풍랑을 가라앉히시는 장면이 나온다(마태 8,23-27). 심한 풍랑 가운데서도 배 안에서 예수님께서 잠드신 것은 하느님의 돌보심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잠은 일반적으로 영적이고 육체적 건강의 한 증거이다. "주님, 당신만이 저를 평안히 살게 하시니 저는 평화로이 자리에 누워 잠이 듭니다"(시편 4,9). 성경은 또한 수면을 의인들 죽음을 위한 하나의 비유로 사용했다.
 잠은 악의 유혹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시며 고통을 겪으시는데 제자들은 잠에 빠져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자고 있는 베드로에게 "시몬아,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마태 26,36-46) 라고 꾸짖으신다.
 '잠자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깨어있는 사람은 꿈을 이룬다'는 격언이 있다. 우리 모두가 꿈을 이루는 희망찬 2009년이 되길 바란다.

▲ 아담 엘스하이머, '야곱의 꿈'

 

 

 

 

출처 :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