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안동]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松竹/김철이 2011. 7. 8. 19:55

[안동]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연중 제15주일(김기현 신부)

 

 

오늘 복음 말씀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그에 대한 설명입니다. 말씀이라는 좋은 씨를 뿌렸지만, 그 열매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뿌려진 곳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말씀의 씨앗은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에 떨어져 각기 다른 형태의 성장과 결과물을 낳습니다.
복음 말씀을 보면, 길에 떨어진 씨앗은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의 마음을 일컫습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는 환난이나 박해 즉, 세상 풍파에 말씀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지 못함을 말합니다.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말씀의 숨을 막아 버리는 것입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열매를 맺는데, 어떤 이는 백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서른 배를 냅니다.
말씀이라는 좋은 씨앗은 뿌려지는 곳, 말씀이 뿌려진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씨앗이 떨어진 그곳의 조건과 상황과 환경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사람(신앙인)은 씨앗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의 마음 밭을 일구어야 하는 선택이 남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명을 한 번 해 봅니다.
하느님! 인간은 환경에 지배 받는 존재입니다. 내가 지금 내 마음 밭을 좋은 옥토로 만들지 못함은 세상사는 일에 너무 바빠서 그렇습니다. 하느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배운 것도 넉넉지 못해, 사는 것이 워낙 팍팍 합니다. 하느님! 제가 좋은 부모 밑에 부유하고 여유 있게 잘 자라났다면, 내 마음 밭 역시 기름진 옥토로 일구어져, 언제든 말씀이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지금껏, 너무 좋지 못한 조건과 환경과 상태에 있어,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제가 선택 한 것도 아닙니다.

이런 변명이 통할까요? 결론은 안 통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상황과 조건을 모르시겠습니까? 그럼에도 어떤 말씀이 없으셨다는 것은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을 뛰어 넘는 것이 인간임을 그분은 아셨습니다.
또한 그것을 가능하게 함께 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과 조건에 있더라도 이는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장애가 있더라도, 나에게 가난이 있더라도, 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이 있더라도, 나에게 넘쳐나는 돈이 있더라도, 어떠한 조건에도 내가 하느님 앞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설 수 있다면, 소중한 말씀의 씨앗은 마음 안에서 싹을 틔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험난할수록, 열매는 달고 풍성할 것입니다.
그것이 은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