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만 주교의 성모님 이야기 (5) 구약에 드러나는 성모 마리아 신비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오늘은 구약성경과 성모 마리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성모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기 위해서는 성경에서 마리아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약에도 마리아와 관계된 이야기가 많지 않지만 구약에는 마리아가 하느님 구원 계획 안에 깊이 감춰져 있어 마리아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구절은 없다.
하지만 구약에서 메시아에 관한 예언이 나오고 그 메시아를 낳은 어머니에 관한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구약에서 성모님과 관련된 내용은 창세기 3장 15절에 잘 나와 있는데, 이를 원복음, 최초의 기쁜소식이라 한다. 아담과 하와가 낙원에서 추방되지만 그들을 타락시킨 뱀은 여인의 후손에게 머리를 짓밟힐 것임을 밝히고 있다. 여인은 즉 하와, 마리아를 암시하며, 후손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후에 교부들은 아담과 하와로 인해 하느님과 멀어진 관계를 순명의 모습을 보이신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가 되돌리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났을 때 "주님의 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같은 말을 했다. 하느님에 대한 두 분의 순명이 아담과 하와가 틀어놓은 역사를 되돌린 것이다. 이사야서 7장 14절도 한 처녀가 아이를 잉태하고 그 탄생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예고한다. 많은 학자들은 이를 성모와 메시아 탄생 예언으로 본다. 예언은 말한 이가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수님을 체포한 가야파는 "민족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는 게 잘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요한복음사가는 이를 예수님 한 분으로 온 세상이 구원된다는 예언으로 해석하지만 가야파는 뜻을 모르고 예언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조롱하려 '유대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고 십자가에 쓴 글도 그대로 이뤄졌다. 미카서 5장 1절에는 메시아 탄생이 더욱 구체적으로 나온다. 베들레헴 한 여인으로부터 메시아가 태어난다고 하는 예언은 앞의 이사야 예언에 대한 응답이다. 또 베들레헴의 옛 지명인 시온은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며 이들은 오랜 바빌론에서의 노예생활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예루살렘을 재건하는 데 이바지한 이들이다. 이들은 타국에서의 고된 생활에도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끝까지 지키며 우리나라 선비처럼 청빈하게 산 사람이다. 현지 문화에 타협하지 않고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가난한 삶을 택했다. '가난한 이는 행복하다'라는 마태오복음 말씀은 바로 시온 사람을 지칭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참 뜻은 돈과 명예보다 하느님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메시아를 잉태하고 이스라엘을 재건하는 마리아는 시온의 딸의 전형이며 또 다른 모습으로는 교회가 세상을 다시 재건하게 될 모델이 될 수 있다. 구약에는 이 밖에도 마리아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구절이 많다. 마리아의 동정성을 나타내는 '불타는 가시덤불'이나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계약의 궤' 역시 그 중 하나다. 마리아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을 모셨던 썩지 않은 계약의 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구약에는 마리아의 이름이 분명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메시아 탄생과 그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언급하는 구절들을 볼 수 있다. 감춰져 있던 성모 마리아의 신비가 점차 드러나는 것이다. 정리=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
출처 :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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