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16) 성 클레멘스 1세 교황 ②

松竹/김철이 2011. 5. 14. 11:27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16) 성 클레멘스 1세 교황 ②

 

굽힘없고 당당하게 주님의 빛 비추어 낸 목자
바오로 사도와 전도여행 하며 복음의 핵심 전수
온갖 고난을 겪으며 복음 전하다 순교로 삶 마감

 

 

 

오늘날 자녀가 태어나면 부모는 가장 먼저 동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한다. 하지만 초기 교회 당시만 해도 동사무소가 없었다. 당연히 성 클레멘스 1세 교황도 출생 신고 자료가 없다. 기록이 없으니 정확히 언제 출생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성서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서기 30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돌아가신 것은 대략 101년 경, 71세 때였다.

바오로 사도와 비교할 때 교황은 약 25년 아래 나이로 추정된다. 바오로 사도와 클레멘스 교황이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가 각각 40세, 15세가량 됐다. 13세, 14세 정도의 나이에 마카오 유학길에 오른 소년 김대건, 최양업을 떠올릴 수 있다. 클레멘스 교황은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바오로 사도를 따라 전도여행을 하며 복음의 핵심을 전수 받는다.

클레멘스 교황은 또 베드로 사도와도 만남이 깊었다. 아마도 바오로 사도의 소개로 만났을 것이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입장에서 볼 때 클레멘스 교황은 분명히 한 세대 아래의 혈기 넘치는 젊은이였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교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 리더를 양성할 필요가 있었는데, 클레멘스는 1순위 후보자였다. 현장 경험, 복음 선포에 대한 열정, 사도 및 교회에 대한 충성심 등 모든 면에서 그랬다.

결국 교회의 반석, 베드로는 클레멘스를 축성한다. 축성된 클레멘스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코린토 교회에 말썽이 생긴 것이다. 20년 전 코린토 교회는 바오로 사도의 간곡한 편지를 통해 간신히 분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주교로서 세계 각지를 다니며 사목해야 할 클레멘스는 코린토 교회에 직접 연민의 마음으로 편지를 써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후 왕성한 전교활동은 벌이던 클레멘스 주교는 서기 100년 직전에 교황직에 오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순교했다.

클레멘스 교황의 일생을 보다보면 하느님의 큰 섭리를 느낄 수 있다. 15세가 채 되지 않았던 청소년 시기 때 이미 바오로와 베드로 사도를 통해 진리를 만나게 하셨다. 거꾸로 말하면 청소년 클레멘스는 하느님 은총을 적극 받아들이고 깨닫고 순명하며 따랐다. 한 명의 청소년 신앙인을 양성하는 것은 클레멘스 교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교회의 미래를 세우는 일이다.

만약 클레멘스 교황께서 청소년기에 바오로와 베드로 사도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만났다 하더라도 그 만남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면 역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를 만남을 통해 준비시키셨고, 클레멘스 교황은 그 만남을 받아들이고 승화시켰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에, 순교를 당하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굽힘없이 목자 역할을 당당하게 수행하며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 냈다.

그는 연민의 마음 가득했던 교황이었다. 분열과 반목으로 시끄럽던 코린토 교회에 연민의 마음을 가득 담아 편지를 썼다. 이러한 연민은 로마의 혹독한 박해로 고통받는 신자들에게로 확장된다. 또 이 연민은 사회적 차원에서, 넓은 차원에서 자비로 나타난다.

사실 클레멘스 교황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오늘날 사제들은 아무리 어렵다 해도 누구나 편안한 집(사제관)이 있다.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이면 난방기구가 있다. 하지만 클레멘스 교황은 집이 없었다. 소위 문전걸식을 하며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신앙인들을 돌보았다. 미사도 숨어서 봉헌해야 했다. 감옥에 갇혀있는 신자들을 찾아가 위로했으며, 순교자들을 위해서는 멀리서 크게 손을 들어 강복해 주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스스로도 순교자 반열에 들었다.

교황 클레멘스 1세는 자신의 삶 안에서 주어지는 은총과 섭리를 형식적, 무감각적, 습관적, 일상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과 ‘영’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하느님이 원하시고 계획하신 선형성을 완수하는 삶을 살았던 클레멘스 교황께 감사드린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모범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조용히 무릎 꿇고 클레멘스 교황을 생각하며 묵상한다.

“일상 삶 안에서 매일 매일 순교하는 거룩한 삶을 살고자 결심 합니다.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