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9) 성 바오로 영성 ③

松竹/김철이 2011. 4. 26. 08:29

 

죽음 초월한 믿음으로 그리스도 영광 드러내
옥중에서 묵상 통한 성찰로 죽음에 관한 해답 제시
혼란스런 신자들에 그리스도교의 진리 깨닫게 해

 

갈라티아 교회는 바오로 사도가 2차 전도여행 때 세운 교회다. 그 교회에 문제가 생겼다. 문제도 큰 문제다. 당장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전교할 지역이 많아 다시 그곳으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편지를 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가톨릭 교리를 배우고, 신앙을 익히고, 진리를 깨닫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배우고, 익히고, 깨달을 수 있다. 사제도 많고, 수도자도 많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평신도 교리교사들도 많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 시대에는 진리를 알고 있던, 진리를 가르칠 수 있었던 사람이 극소수였다. 그러다 보니 귀동냥으로 교리를 배우고, 귀동냥으로 진리를 깨닫는 이들이 많았다. 결국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정확히 깨닫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사람이 많았다.

갈라티아 교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율법을 지켜야 하는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막 전파되기 시작하던 당시로서는 혼란스러웠던 문제였다. 예수님도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교회를 분열시키는 가르침을 펴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소위 교회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일부 평신도들이 이런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이들은 교회를 분열시키고 교회에 혼란을 가져다준다. 어떻게 식별해야 할까. 이러한 혼란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경고를 한다.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여러분을 불러 주신 분을 여러분이 그토록 빨리 버리고 다른 복음으로 돌아서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다른 복음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을 교란시켜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갈라 1,6-7)

그리고 명쾌한 해답을 내린다.

‘예수님은 구약의 율법을 완성시키신 분이다’ ‘예수님은 완성된 진리를 가르치신 분이다’라는 것이다. 해답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다.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되려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인간도 율법에 따른 행위로 의롭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갈라 2,16)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율법과 믿음, 의로움에 대해 말한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죽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필리피 신자들에게 전하는 편지는 감옥에서 쓴 것이다. 감옥 안에서 바오로 사도는 죽음 문제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된다. 옥중에 있기 때문에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죽음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게 된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죽음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바오로 사도가 감옥에서 직접 죽음을 묵상하면서 쓴 필리피서에 그 해답이 있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지금도,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그러나 내가 육신을 입고 살아야 한다면, 나에게는 그것도 보람된 일입니다.”(필리 1,20-22)

바오로 사도는 죽음 문제를 초월해 있다. 사도에게는 이제 두려움이 없다. 살든지 죽든지 그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뜻 안에서 이해되고 있다. 바오로 사도의 삶은 오직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