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시집

남자라는 이유로 (꾼과 쟁이 2 중에서) 창작과 의식

松竹/김철이 2010. 6. 26. 12:12

남자라는 이유로 

 

                          松竹/김철이

 


험한 인생길 걷다 보면
천하를 다 잃은 슬픔이
사나이 털이 난 가슴을 헤집어 놓아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사모하는 이
몇 십 년 동고동락하다 품을 떠나도
이룰 수 없을 미래를 기약하며
한 주먹 눈물을 훔친다.

 

살점 같은 세월이 덧없이 흐르고
영혼 같은 시간이 도망치듯 달아나도
외눈 하나 까딱 않고
얼마 남지 않은 세월 추스려 마음에 담는다.

 

하늘이 맺어주신 천륜을 잃어도
무덤위 진흙이 마르기 전
부질없는 일 슬픈 심정 해작질 하며
몸에 걸친 소복의 끈을 흩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