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 松竹 / 김철이 -
무지개빛 크레파스 곱게 그려
따슨 겨울 고이 피던 날
진종일 두루 놀던 햇살 아기
무심코 냇가 우뚝 솟은 부들을 본다
솜털 같은 잎사귀 모양 없는 손 가득 만져보다
작은 바람에도 크게 날리우는
솜방망이 얻어맞고
죄없는 냇물 속 송사리 화풀이 한다
버럭 화를 내는 메기 아저씨 꾸지람 무서워
먹물 구름 포근한 품 속 졸더니
다시금 사뿐히 땅 위 내려와
옷 벗은 겨울나무 가지 걸터앉아 장난거리를 찾는다
추수 끝난 논두렁 홀로 우는 허수아비 골려주더니
서산마루 황갈색 물이 들고
하루를 마감하는 달맞이꽃 피어날 적
하늘나라 두고 온 엄마 생각 그리며 고요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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