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료 모음방/게임과 유머

남편의 초상 장부

松竹/김철이 2009. 1. 31. 17:31

남편의 초상 장부

참 희한합니다.
우리 남편 주위에는 오늘내일하는 환자가 넘쳐납니다.
말기암환자부터 이름 모를 환자들….
물론 제 남편은 직업상 아는 사람이 많죠.
그런데 이 사람들의 부모 형제 심지어 마누라들까지 돌아가면서 죽는다는 겁니다.

전라도나 경상도 쪽으로 초상이 나면 2일 정도는 외박해야 하고, 결혼식이나 환갑이나 칠순은 낮에 하니까 말을 안 해도 모르는데, 장례식은 밤을 새우니까 외박해도 남의 슬픔에 바가지 긁긴 좀 그렇죠.

그래도 남편 주변분들이 하도 많이 돌아가시고, 편찮으신 분이 많으니 무슨 액운인가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초상 장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초상났던 명단을 써 오다가 어제 명단을 검열한 결과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더군요.ㅠㅠ

부모 형제 마누라 다 죽어버리고 혼자 사는 걸로 추정되는 사람도 많더군요. 그분들도 스트레스로 오늘내일한다는군요.

어제 오후, 아이들과 백화점에 갔다가 남편 친구 부인, 죽기 전에 수차례나 위로주를 했고 장례식에 가서도 2일 동안이나 밤샘해주었다던 그 당사자, 지금은 흙이 되어서 이 땅을 지켜야 할 그 여인을 만났습니다. 지하식당에서 냉면을 먹고있더군요.

이놈의 남편...!

아예 장의사를 차리라고 문자를 날렸는데…
변명이 횡설수설~ 오늘 또 병문안이라네요.
물론 불치병 암환자겠죠.

이 웬수! 오늘! 들어오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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