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 추석 ♣ - 松竹 / 김철이 - 정월 대보름 휘영청 밝은 달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하얗게 밝혀 온 동네 총각, 처녀들 여린 가슴 한껏 설레게 한다. 뒷동산 삼돌네 밤나무 그늘아래 한껏 부풀어 오른 밤송이 가슴을 부끄러워 여미며 얼굴 붉혀 감싸 안을 쯤 숨바꼭질 숨이 차던 다람쥐 한 쌍 잘 익은 밤톨 양볼 속 채워간다. 사계절 변함없이 늘 푸른 소나무 가지 위에 곱게도 단장하고 님 오실 시간 기다리며 얌전히 누워 쉬던 송편들 떡시루 달구어 주던 장작불 성화에 참다못해 팥 물빛 이를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논두렁 두렁마다 대풍에 감사하는 농악놀이 한참이고 제 세상을 맞은 듯 동네 꼬마들 팽이치고 열중할 무렵 아랫마을 처녀들 강강술래, 그네뛰기 정신없어 속셈 다른 총각들 동네 처녀들 몰래 훔쳐볼 때쯤 한가위 큰 달은 더욱 큰 웃음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