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가을은…
- 松竹 / 김철이 -
새해 벽두
이미 오래전 예언 된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 피멍이 들고
상처가 깊어갈 거라고
한 해의 가을은 새싹을 피운다.
그리 짧지 않은 세월 속 언저리
집터를 닦고 눌러앉아
다가올 앞날의 이야기들을 실타래에 감으며
후년보다 더 예쁜 가을을 꾸며보리라 기약하여
진푸른 잎새마다 진노랑 가을을 점점이 새겨간다.
지난 세월의 아픔이 컸던 탓인지
사각거리며 낙엽을 밟아가는
가을의 발걸음이 가슴이 예이는데 벌써,
갈색으로 변해버린 부들잎은
물가 언저리에 또 다른 내일의 씨앗을 뿌린다.
높아만 가는 하늘의 달그림자 촘촘히 밟으며
한결 마음이 급해진 어느 시인의 글체는
한 장 종이 위에 한 해의 가을을 다 쓰지 못해
짠한 마음만 깊어가는데 정작,
아쉬워해야 할 가을은 넉넉한 마음 가득히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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