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달그림자 (창작과 의식)

松竹/김철이 2008. 7. 9. 15:55

달그림자                                    
                                       - 松竹/김철이 -

한나절 쉴 틈 없이 두루 다니던 해도 지쳤는지…
무지갯빛 노을로 서산마루 걸터앉아 쉴 쯤,
늘어지게 자던 원반 하나
초 저녁 서쪽 하늘 꽃물을 풀어놓는다.

돌고 돌아봐야 맨 그 자리
말벗 하나 없는 둥근 세상 맴을 돌다
해 뜰 녘 기운 잃은 노파처럼
지친 몸 가눌 길 없어 한낮을 곤히 잔다.

길게 늘인 꼬리도 없건만,
늘 보아도 변함없는 그 모습 냉정하게
온 밤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짙은 먹지 위에 하얀 물 붓글씨를 쓴다.

미래를 다 아는 예언자라도 된 듯
초연한 자세 한 점 흐트러짐없이
한잠도 자지 않아 감기는 눈 아래로 깔고
또 다른 내일을 향해 급한 다름질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