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림자
- 松竹/김철이 -
한나절 쉴 틈 없이 두루 다니던 해도 지쳤는지…
무지갯빛 노을로 서산마루 걸터앉아 쉴 쯤,
늘어지게 자던 원반 하나
초 저녁 서쪽 하늘 꽃물을 풀어놓는다.
돌고 돌아봐야 맨 그 자리
말벗 하나 없는 둥근 세상 맴을 돌다
해 뜰 녘 기운 잃은 노파처럼
지친 몸 가눌 길 없어 한낮을 곤히 잔다.
길게 늘인 꼬리도 없건만,
늘 보아도 변함없는 그 모습 냉정하게
온 밤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짙은 먹지 위에 하얀 물 붓글씨를 쓴다.
미래를 다 아는 예언자라도 된 듯
초연한 자세 한 점 흐트러짐없이
한잠도 자지 않아 감기는 눈 아래로 깔고
또 다른 내일을 향해 급한 다름질을 친다.
'작품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들레 홀씨 (창작과 의식) (0) | 2008.07.11 |
---|---|
소나기 (창작과 의식) (0) | 2008.07.10 |
진흙탕 속에서 핀 장미 1부/장편소설 (창작과 의식) (0) | 2008.07.07 |
유월 (저서 : 꾼 중에서) (0) | 2008.06.30 |
나팔꽃 (저서 : 꾼 중에서) (0) | 2008.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