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 삶으로의 초대](20) 마음 열기②
변하지 않는 ‘내면의 핵심’을 닦자
주님 주신 토대로 살면 ‘실제적 삶 형태’ 형성
타인·사회와 관계하며 교류·외양 형태도 변화
뚜렷한 주관 잃지 않도록 내면 확고히 다져야
오늘 이야기는 조금은 어렵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삶의 구체적 방식에 대한 성찰을 위해선 몇 가지는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읽었으면 한다.
인간은 육적, 정신적, 영적 존재다. 싫던 좋던 이 세가지 생명의 구조와 함께, 내적으로 교류를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육신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내·외적 관계를 맺으며 지난 수십년을 살아왔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나’이다. 평범한 한 대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학생은 앞으로 스님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직장인이 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현재 스님도 아닌, 직장인도 아닌, 과학자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런 모습으로 서 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을 형성과학에선 ‘실제적인 삶의 형태’(actual life form)라고 부른다.
하느님은 나에게 세 가지 토대 즉 생체(육신)와 정신과 영을 주셨다. 이 토대를 가지고 살다보니 세 가지 실제적인 삶의 형태가 나타나게 되는데 바로 외양형태(apparent form) 교류형태(current form) 핵심형태(core form)이다. 아주 간단하게 단순화하자면 신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외양형태이고, 정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교류 내지 유통형태이고, 마음 즉 영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핵심형태다.
우선 외양형태는 나의 외적인 모습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만들어낸 외적 모습들을 말한다.
그 다음으로 정신과 관련된 교류 내지 유통 형태에 대해 알아보자. 정신은 늘 유통된다. 여기서 유통은 ‘화폐의 유통’ ‘시장 물품의 유통’에서 쓰이는 그런 의미의 유통이다. 즉 정신은 나를 떠나서 다른 사람과 환경 사이에 이곳저곳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공부할 때는 지식이, 신문을 읽으면 정치 경제 사회문제가 유통된다.
그런데 이 정신에 의한 교류·유통 형태는 외양 형태(외적 모습)에 영향을 끼친다. 당연하다. 내가 등산을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당연히 나는 등산복을 입는다. 장례식장에 가야 할 때는 검정색 옷을 입고, 잠잘때는 잠옷을 입는다.
이렇게 외양형태와 교류·유통형태는 수시로 변한다. 철새 정치인들을 보면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정신이라는 것은 매번 환경과 이웃과 교류하기에 늘 변한다. 평소 말도 없고 기쁨도 잘 표현할 줄 모르고 조용하던 사람도 응원하는 대상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딴다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환호하고 펄쩍펄쩍 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렇게 늘 줏대 없이 늘 흔들리는 존재인가. 경험적으로 볼 때 분명 인간 내부에는 흔들리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이론적으로 따져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각 사람마다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그 사람 밑바닥에서 면면히 흐르는 그 무엇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데, 대부분 우리는 이 ‘그 무엇’에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이것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것을 형성과학에선 ‘핵심 형태’, 마음의 차원에서 살아가는‘마음(영) 형태’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핵심 형태의 삶을 갈고 닦아야 한다. 변화하는 육신과 정신이 아닌 변하지 않는 내면의 핵심 즉 마음(영) 을 닦아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인간은 세가지 토대를 가지고 있는데, 형성하고 있는 신적 신비 관계 안에서, 이웃과 상황 그리고 넓은 차원의 세계와 주고 받기를 계속 하다 보니 실제적인 삶의 형태가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실제적인 삶의 형태’(actual life form)다.
자 이에 우리의 마음을 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실제적인 삶의 형태’(actual life form)의 외양 형태, 교류?유통 형태, 핵심 형태 중 나는 지금까지 어느 쪽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왔는가. 앞으로 나는 어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가.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출처: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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