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기도맛들이기]예수마음(7)-허물이나 죄책감에 머물지 않게 하는 기도

松竹/김철이 2008. 6. 20. 17:49

[기도맛들이기]예수마음(7)-허물이나 죄책감에 머물지 않게 하는 기도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울부짖는 기도를 하시면서 극심한 고통의 순간을 넘기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는 말씀을 하시며 하느님께 완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셨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마음 자세로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의 모든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기도입니다. 이렇게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 주심을 더욱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는 우리와 똑같이 자신의 허약함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습니다"(마태 26,75).

 베드로처럼 자신의 허물에 대해 깊이 통회하는 눈물을 흘리는 것은 참으로 좋은 회심의 시작일 것입니다. 이러한 베드로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그의 허약함을 책망하는 대신에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을 세 번이나 던지십니다(요한 21,15 이하). 예수님의 그 질문은 '네가 나를 배반한 어두운 마음으로 가서 거기에 머물지 말고 나의 사랑 안에 머물러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베드로를 대하시는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에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예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어둠들을 용기 있게 물리쳐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잘못을 끊임없이 용서해 주시는 분입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마태 18,22)해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회심하는 마음만 보이면 어떠한 죄라도 용서해주시고, 우리를 새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예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잘 알아듣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의 마음을 갖고 계신데, 우리 스스로는 자신에 대해 그렇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때로 자신이 마치 하느님인 양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과 틀에 갇혀 지내고, 혹시 그것을 지키지 않거나 어기게 되면 실망하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자신이 단죄해 벌도 주고 보속도 하게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섬기기에 겪게 되는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예수님께 말씀드리고 그분의 용서와 자비를 구한다면, 우리는 진정 새롭게 변화되고 당신의 사랑 안에 살아가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의 마음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죄의 어둠 속에만 계속 머물게 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면, 즉시 예수마음 기도를 드리며 스스로를 질책하는 그 마음을 물리치고 떠나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올바른 죄의식은 진정한 통회와 함께 주님의 용서와 자비를 청하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일상에서 예수마음 기도를 지속적으로 드리다보면 우리 마음 안에 활동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보다 민감해지는 영적 감수성이 커지게 되어 올바른 죄의식을 갖게 되고, 우리를 어둠으로 끌어들이는 죄책감의 기만에 속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권민자 수녀

 

 

 

출처: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