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19) 마음 열기 ①

松竹/김철이 2008. 6. 20. 17:39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19) 마음 열기 ①

 

 

‘영성적 삶’ 위해 마음 열고 기도하라

자신 생각?주장에 갇히면 주님 뜻 알지 못해
가슴으로 묵상하며 하느님 의도 읽어 내야

지금까지 우리가 과연 누구인지, 또 우리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어떤 형성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 자신의 영적 체험을 통해 묵상과 관상의 대략적인 면에 대해 살펴보았다.
문제는 이제 부터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영성적 삶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십자가의 성 요한, 성녀 데레사, 성 이냐시오 등 수많은 영성가들이 영성에 대해 말하고 그 보화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하지만 어렵다. 세속에서 살아가면서 영성적으로 평화로운 삶, 순간순간 하느님을 만나며 살아가는 삶을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다. 영성적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우리는 앞서간 선조들의 삶을 통해 알고 있다.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영성적 삶으로 이르기 위해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나 자신이 어쩐 존재인지, 그리고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았다면 이제부터는 ‘마음을 여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마음을 열어야 한다. 영성적 삶을 위해선 먼저 나 자신의 원천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다음 작업으로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좁은 사고방식에 갇혀 살아가면 안된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육신을 가진, 오감을 가진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먹어야 하고 옷을 입어야 하고, 집에서 잠을 자야 한다. 이런 기본적 욕구들을 채우려다 보면 짜증도 나고, 무섭기도 하고, 긴장 생기는 일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을 열면 세상이 바뀐다.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이들이 죽어가는 엄청난 고통 중에도 동굴 방공호 속에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기도하며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었다. 죽음을 앞둔 폐암 말기 환자라도, 인간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다른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마음을 열고 기도를 해야 한다. 내 힘으로 하려해선 안된다. 깊이 있게 묵상하고, 하느님의 뜻을 읽어내야 한다. 하느님 뜻에 내 뜻이 거슬린다면 내 뜻을 죽일 줄 알아야 한다.
세속이 나쁜 이유는(사실은 세속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세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속을 나쁘게 하는 것이다) 세속이 마음을 닫게 하기 때문이다.

세속은 큰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작은 것들만 보게 한다. 세속적인 사람들은 몇 가지 자신의 뜻과 주장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하곤 한다. 모두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길, 영성적 삶을 보여주고 계신다. 하지만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조금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끼를 굶더라도 기도를 하면 영적 양식을 먹을 수 있다.
처음 이글을 쓰면서 나는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찰하면서 ‘인간은 신체 정신 영혼으로 이뤄진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말 그대로 신체는 육체적인 몸으로서의 생체라고 했다. 그리고 정신은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역할이며, 영혼은 마음 또는 초월이라고 했다.
정신으로는 우리는 아주 작은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머리로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해도 4~5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할 수 있는가. 그나마 그 생각한 것은 하루 이틀 지나면 2~3가지 밖에 남지 않는다. 고작 2~3가지 생각해낸 것을 가지고 잘난척 하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100가지가 있다고 가정할 때, 현재 인류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모은다고 해도 1~2가지도 되지 않는다.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정신은 굉장히 좁은 것이다. 어느 정도 좁냐면 협곡이다. 그렇다보니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지 못한다. 머리로만 사는 사람은 겸손하지 않다.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높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힘들다. 머리로 살다 보니 1~2가지 방법을 아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그것으로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이런 사람은 하느님이 아닌 자기 뜻대로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찾기가 힘들어 진다.
이젠 머리가 아닌 가슴을 이용해 보자. 자! 마음을 열어보자.

-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출처: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