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 삶으로의 초대](18)기도에 대한 이해 ⑥ 기도생활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
집착 버리고 내 모든 능력 쉬게 하라
과도한 편향적 관심은 오히려 기도 방해
삶 속의 고통·슬픔 체험서 의미 깨달아야
기도하기가 어려워요.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도를 아무리 많이 해도 하느님을 느낄 수 없어요. 기도를 잘하는 비결은 없나요….
신자들로부터 늘 듣는 질문이다. 많은 이들이 기도에 대해 어려워하고, 이는 수도자와 성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잘못된 기도 습관은 자칫 영적 성숙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할 수도 있다. 평생동안 중고등학교 시절 평범한 수준의 기도 단계에 머무르는 이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기도생활을 더 훌륭하게 이끌기 위해 어떤 점을 생각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기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고, 진정으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물론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말해왔고, 또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난 여기서 그동안 나 자신이 체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말하고자 한다. 기도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관심사가 설령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이러한 과도한 편향적 관심은 기도에 방해가 된다고 믿는다. 학생이라면 공부가 가장 큰 관심일 것이고, 사업가는 외국 바이어와의 계약이 중요 관심사 일 것이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고, 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문제가 최대 관심사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장 다음 주에 내야할 공과금이 최대 관심사인 가정 주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도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이 모든 일들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심지어는 ‘기도를 위한 과도한 관심’도 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부와 기도, 일, 휴식을 위한 오락,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운동 등이 모두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에서 중요하다. “성직자나 수도자라면 모를까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평신도들이 어떻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할 수 있다. 관심사를 완전히 잊으라는 것이 아니다. 관심사를 완전히 잊고 산속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관심사에 매몰되지 말라는 의미다.
두 번째로 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이나 슬픔 속에서 스스로가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자 진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나 자신이 겪는 고통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 고통과 슬픔의 체험에 담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고통과 슬픔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한다. 고통과 슬픔은 어쩌면 나 자신의 좁은 인식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과거 내가 큰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현재 돌이켜 보면 참으로 큰 은총이었다는 것을 체험하는 사례는 흔하다. 고통받을 당시로선 견디기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이 은총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원히 고통으로 남는 고통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좁은 인식에서 오는 고통을 회피하거나 부인하지 않아야 한다.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은 기도 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다.
세 번째로 사람들은 기도를 위해 너무 많은 책을 읽고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와 위치 등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차원에서 묵상하기 위해 책을 읽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물론 이 같은 노력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체적 영역, 초월적 차원에서 중심을 향하는 기도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관상은 나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삼위일체 현존 안에서, 커다란 개방성을 지니도록 이끌어 간다. 그저 묵묵히 바라보는 것. 나 자신의 중심을 들여다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기도에 대한 많은 천착 과정을 거치면서 십자가의 요한의 가르침들이 매우 적절하고 유익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 곧 지성과 기억과 의지를 편안히 쉬는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해야 한다. 이는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이다. 지성과 기억과 의지를 편안히 내려 놓아야 한다. 기도는 싸워 이겨내야할 적이 아니다. 지성과 기억과 의지라는 무기를 들고 기도와 씨름 할 것이 아니라, 이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어야 한다. 사랑의 부드러움을 지녀야 한다. 우리 자신의 능력들에 의해서 보다는 하느님에 의해서 이끌려 지도록 해야 한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출처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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