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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했던 정부, 쇠고기 고시 앞두고 강경 돌변

松竹/김철이 2008. 5. 27. 17:39
[CBS정치부 윤석제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이번주 안에 발표될 예정인 '장관 고시'를 앞두고 정부의 대국민 겁주기 '엄포' 발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첫 강제해산과 참가자 37명에 대한 무더기 연행 이후 정부 고위 관리들이 번갈아 나서 집회가 점차 폭력성을 띠며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엄단 방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정부, 대국민 겁주기 연일 '엄포' 발언

먼저, 어청수 경찰청장은 26일 "촛불시위가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심 곳곳에서 경찰력을 분산시켜가며 밤늦게까지 시위가 진행되는 것은 우발적으로 볼 수 없다는게 판단 근거라는 것이다.

어 청장은 또, "그동안 집회가 평화적이어서 경찰이 인내해 왔지만, 최근 이틀간의 양상과 상황은 다르다"고 말하고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밝히며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경한 법무장관도 같은날 "집회가 초기에는 문화제 형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치구호가 등장하고 차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폭력집회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은 시위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승수 국무총리는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정부의 강경방침을 재 확인하고 나섰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 검역주권 강화와 원산지 표시 확대 등 국민불안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대집회가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더욱이 점차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합법시위는 얼마든지 보호하겠지만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총리는 또, "정부의 고시가 곧 발표될 예정이지만, 각 부처는 홍보에 철저를 기해 공시가 발표될 때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이처럼 경찰청장과 법무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나서 촛불집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며, 엄단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은 정부의 장관 고시가 발표될 경우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국민 반발 가능성에 대해 일관된 강경입장을 천명함으로서 반발 기류 확산의 '기(氣)'를 미리 꺾어보겠다는 의지도 한 몫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대통령 대국민 담화 '사과'와는 딴판…강제 해산+무더기 연행

실제로 경찰은 지난 25일 집회 참가자에 대한 첫 강제해산과 무더기 연행에 이어 27일 새벽에도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을 강제해산하는가 하면 28명을 또다시 연행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 발언을 했었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시인하는가 하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여 유감을 표시했었다.

정부가 비록, 시위의 성격이 폭력·불법성을 띠면서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통령의 사과멘트를 담은 국민담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이처럼 '장관 고시' 발표에 이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앞두고 정부가 촛불집회의 위법성만을 강조하며 엄포성 발언과 강경대응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자칫 정부의 이런 방향 전환이 과거 '공안정국' 시절 국민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던 구태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쪽으로 악용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파동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정부가 책임져야할 몫이 분명히 있는 만큼 비록 국민들의 의사표현 방식에 위법적인 측면이 담겨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법과 질서만을 내세워 강경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자칫 더 큰 반발에 직면할 수 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yoonthom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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