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 松竹 / 김철이 -
푸른 새벽 안개 고요한 잠에 취해있던 강둑을 흔들어 깨우고
아랫마을 마실 갔던 몇 점 시간은
연한 먹물빛 커튼을 조용히 걷어올리니
하루에 허락된 세월은 강기슭 언저리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넉넉한 마음 다 내어놓고
숱한 생명 젖 물려 애지중지 길러갈 한없는 모정이 되어
아옹다옹 다투며 자라는 자식들 바라보는 정어린 눈으로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려 흘러간다.
저녁 놀 곱게 물들어 서산은 지는데
물에 비친 얼굴엔 짙은 그리움으로 홍조가 띠고
배고픈 몇 마리 고니 긴 목 더욱 길게 늘여 계절을 낚아올리니
물빛 큰 가슴 더욱 검푸르러 간다.
창공에 으스레 떠가는 둥근 달은
오늘 진다 할지라도 내일이면 찾아올 고향이 있기에 외롭지 않으나
오늘 가면 다시 못 올 강물은 저미는 가슴 부여안고
정든 고향 뒤로 하여 다시 찾지 못할 길을 거슬러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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